극한식물의 생식과 생존 2
나미브사막의 자갈풀
남아프리카의 남서해안에 걸쳐 있는 나미브사막은 연간 강우량이 10센티미터도 안 된다. 기온은 대단히 높아서 지표면에 노출된 화강암은 쪼개져서 결국 결정으로 분해되고 만다.
그러나 나미브사막은 해안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막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습기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거의 매일 안개가 바다에서 밀려와 사구를 뒤덮는다.
이 사막의 암석이 많은 지역에 사는 식물이 영어로 자갈풀을 뜻하는 페블 플랜트(pebble plant)이다. 이 식물은 부분적으로 지하에 묻혀있다. 잎들은 두껍고 둥글며 수분이 풍부한 한쌍으로 단순화 되었는데 적당한 계절이 되면 두 잎 사이의 패인 골에서 놀랄 정도로 큰 꽃이 돋아나와 핀다. 부피에 비해서 표면적이 매우 작은 둥근 형태이기 때문에 표면이 수분증발을 최소화함으로써 극도로 높은 열기 속에서 이 식물이 수분을 저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서 추가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는 이 식물은 자갈과 구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이 식물의 외양은 갈증에 시달리는 타조나 거북, 고슴도치 그리고 소수의 게루빌루스 쥐 같은 초식동물들에게 발각되지 않는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 그 색깔은 주변에 있는 자갈들의 색깔에 따라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위장수법의 효용성이 더욱 높아진다. 주변 환경에 따라서 회색이나 푸른색 혹은 노랑이나 오렌지색 혹은 갈색을 띠기도 한다.
석영의 암반이 노출된 지역에 사는 이 식물의 빛깔은 우유처럼 흰빛을 띤다. 자갈풀을 찾다보면 얼핏 고대에 만들어진 모자이크식 포장석이나 밀집해 있는 둥근 단추들 같은 것이 보이는데 가장자리가 우아한 붉은 색으로 둘러쳐진 투명한 회색 물체들을 발견하게 된다. 입으로 힘껏 불어 위에 덮힌 모래를 날려버리면 이 물체들이 몇 인치 길이의 막대모양의 구조물의 평평한 윗부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물체는 사실상 영어로 창문풀을 의미하는 윈도우 플랜트(window plant)이다.
이 식물이 처음 발아할 때에는 짧지만 굵은 뿌리를 내린다. 주변 흙속에 그 자리를 잡으면 뿌리는 수축하면서 끝에 싹눈이 달린 줄기를 지표면 아래로 끌어내린다. 줄기에서 돋아난 잎들은 두껍고 수분이 풍부하며 가까이에서 수분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흡수한다. 이 식물이 자리잡은 지표면 아래는 서늘하기 때문에 이 습기를 흡수하기가 쉽다. 줄기의 끝부분만 햇빛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광합성을 하기에는 불리하다.
그러나 줄기 끝부분은 평평할 뿐만 아니라 투명하다. 햇빛은 표면을 지나 줄기 중심에 다발을 이루고 있는 옥살산 결정체들에 의해서 잎의 가장자리와 아랫부분의 엽록소 입자들까지 전달된다. 가장자리를 둘러싼 불그스름한 색깔은 이 식물을 미적으로 돋보이게 하지만 윈도우 플랜트가 사막이외의 지역에서 인공재배 될 때는 사라진다. 이 색깔은 보호용 색소로서 햇빛이 극도로 강할 때만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재배할 경우에 이 식물은 잎을 지하로 숨기지 않는다. 사막이 주는 혹독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면 지면에서 및 인치 높이로 자란다. 사막의 혹독한 생활환경에서 해방된 다른 많은 사막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이 식물도 특성이 많이 바뀐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애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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