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레시아가 거대하게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라플레시아는 왜 그처럼 큰 꽃을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덩굴식물의 줄기 속에 실처럼 잠복해 있는 몸의 나머지 부분과 꽃의 불균형이 그토록 심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타이탄 아룸의 거대한 육수화가 거의 틀림없이 향기의 발산에 기여하는 것과는 달리 라플레시아의 펴져 있는 넓은 꽃잎은 꽃냄새의 확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큰 꽃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설명은 경쟁관계에 있는 식물들과의 수분 매개자 쟁탈전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다양한 파리가 득실거리고 습도가 높고 어둠침침한 보르네오의 열대우림에서 며칠이라도 시달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분을 매개해줄 곤충은 많아보였다.
다른 모든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식물들도 비용효과의 경제원칙에 지배된다. 식물들이 꽃이나 잎 혹은 다른 기관을 키우기 위해서 소비하는 영양분과 에너지는 어떤 형태로든 동등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라플레시아는 이런 경제원칙의 규제를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식물이 소비하는 영양분은 자신이 번 것이 아니다. 소비하는 영양분을 숙주인 덩굴식물로부터 가져온다.
이러한 착취로 덩굴식물이 죽기 직전의 상태가 아닌 경우에는 라플레시아가 착취하는 영양분의 양에는 한계가 없으며 따라서 라플레시아가 만드는 꽃의 크기에도 제한이 있을 수 없다. 다른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식물의 세계에서도 불로소득은 터무니없이 한계를 벗어나는 낭비와 사치로 이어지는 것 같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애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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