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들의 생존전략 - 아프리카 초원의 풀들
아프리카 초원의 풀은 사람의 무릎 높이 이상으로 자라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건기에는 풀잎이 말라 번개불에 타기가 쉽다. 이렇게 들불이 지나간 지면을 살펴보면 풀은 잎들을 모두 상실했으나 지표면 바로 위나 바로 아래 수평으로 뻗어 있는 줄기들은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리고 새싹이 돋는 곳은 바로 이런 줄기들이다. 다음에 비가 내리면 새싹들은 몇 시간 내에 솟아나게 된다.
들불이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한, 평원지대는 풀들이 지배한다. 이처럼 주기적으로 들불이 발생하는 환경은 풀을 주식으로 삼는 초식동물들에게 적합하다. 그처럼 열심히 풀을 뜯는 동물들이 풀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초식동물들은 풀의 우군이다. 들불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은 수평줄기는 손상시키지 않는다. 풀들은 동물들이 잎사귀를 뜯어갈 수 있도록 잎자루 아랫부분에 특별히 약한 부분을 만들어 놓았다. 이 약한 부분이 쉽게 끊어지므로 동물들은 먹이를 편히 먹을 수 있고 풀은 매우 중요한 수평줄기들이 뿌리째 뽑히지 않도록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뿌리가 뽑히는 것은 풀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카시아의 어린 싹은 들불에 타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식동물에 의해서 쉽게 뜯기고 만다. 초원에 초식동물들이 풀을 뜯는 한 풀의 지배가 보장되는 것이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애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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