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와 제주왕나비
우유풀이라는 뜻인 밀크위드(milk weed)로 불리는 박주가리는 줄기가 꺾였을 때 흐르는 흰색 액체에서 그런 영어 명칭이 비롯되었다. 그 흰색 액체는 독성이 매우 강해서 동물은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왕나비는 이 독에 대한 면역을 발달시켰다. 이 나비의 애벌레는 박주가리 잎을 파먹어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독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애벌레는 이 독을 자신의 목적에 맞추어 재활용한다. 알 수 없는 어떤 방법으로 박주가리 유액에서 독을 분리한 다음에 변화시키지 않고 체내에 저장한다. 이 애벌레는 독에 중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잡아먹는 동물들을 중독 시킨다. 애벌레는 화려한 색깔로 자신이 독이 있으며 먹이로서는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널리 선전함으로써 공격을 확실히 방지한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어도 체내에는 이 독이 그대로 보존된다. 따라서 나비 역시 잡아먹기에 부적당하다는 것을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깔로 알림으로써 곤충을 먹이감으로 가장 좋아하여 나비를 상습적으로 습격하는 새일지라도 제주왕나비는 건드리지 않는다.
이러한 진화의 투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꾀꼬리과로서 멕시코 북부에 사는 등이 검은 오리올은 다른 새들과는 달리 제주왕나비가 독을 피부와 날개에만 저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새는 제주왕나비의 독이 든 부위를 조심스럽게 버린 다음 나머지 부분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애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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