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는 어떻게 꼭대기까지 물을 빨아올릴까?
1880년대에 빅토리아 주에서 어느 산물푸레나무의 높이를 측정해본 결과 112.5미터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그 나무는 즉시 베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어느 삼림감독관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길이가 130미터에 달하는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 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였을 가능성이 크다.
더운 날 산물푸레나무 정도 크기의 나무는 잎에서 수백 갤런의 물이 증발한다. 그런 상황에서 잎이 시들지 않으려면 손실된 물을 끊임없이 보충해야 한다. 나무는 필요한 물을 뿌리로 빨아들여서 줄기의 물관으로 수백피트 높이가지 끌어올린 다음 가지에 달린 잎까지 공급한다.
가장 높은 고가사다리 꼭대기에 올라간 소방수의 호스에 물을 공급하려면 땅에서는 요란한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엔진으로 펌프질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나무는 비슷한 작업을 하면서도 동작을 보이거나 소음을 전혀 내지 않는다. 왜일까?
그것은 물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 즉 장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롱 안에 있는 물은 큰 압력을 받지 않는 한 낱개의 물방울로 나뉘지 않는다.
나무 속의 물관은 사실상 극도로 확장된 세포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물관세포들은 자라면서 목질소로 측면벽을 두껍게 할 뿐만 아니라 서로 만나는 경계지점의 벽을 터서 어떤 칸막이도 없는 연결파이프를 이룬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세포들은 죽는다. 따라서 세포들이 만든 물관은 활력을 상실한 죽은 조직이다.
물관에는 물이 가득 채워진다. 증발로 잎이 수분을 상실할 경우 줄기에 있는 물관의 상층끝부분에 있는 물이 잎에 공급되고 물기둥 전체가 위로 올라간다. 이러한 운동은 키가 큰 나무의 내부에 있는 물관들이 벽에 엄청난 압박을 가한다. 그러나 목질로 된 벽은 그러한 압박을 충분히 견딜 만큼 튼튼하다. 그리고 물의 장력이 물관 벽에 금이 가는 것을 막아준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수분 공급 체계가 무너진다. 그러나 물관들이 부서지는 것은 아니고 물의 기둥이 무너진다. 가뭄이 들었을 때 심하게 물부족을 겪고 있는 나무의 줄기를 청진기로 진찰하면 수분공급체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에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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