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생존과 셀룰로오스
잎의 기능은 물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수분이 잎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가스교환 작용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많은 식물들의 잎은 물기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잎의 표면에 있는 털이 수분을 물방울 형태로 응집시킴으로써 기공이 수분에 의해서 막히는 것을 방지한다. 잎에 파인 고랑들은 물을 표면 위로 흐르게 하는 개울 구실을 한다. 바늘처럼 뾰족한 잎의 끝은 물방울을 떨어뜨리기 쉬운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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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의 표면 안쪽에 있는 세포들의 벽은 식물의 나머지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셀룰로오스로 만들어져 있다. 수액이나 그 속에 녹아 있는 양분들과는 달리 셀룰로오스는 동물의 체내에서 소화되기가 굉장히 어렵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을 먹은 곤충들의 소화기관 속을 통과해도 사실상 변화하지 않는다. 몸집이 더 큰 동물들이라고 해서 셀룰로오스를 더 잘 소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나뭇잎을 먹는 것에 익숙해진 큰 동물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생명형태인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서 셀룰로오스로부터 영양소를 추출한다. 박테리아는 셀룰로오스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끼는 그러한 박테리아 집단이 위 안에 있지만 그래도 식물성 먹이를 두 번 처리하여야 한다. 저녁까지 먹이를 잔뜩 먹은 토끼는 밤 사이에 굴에 들어가 부분적으로 소화되어 점액으로 뒤덮인 채 작은 덩어리를 이룬 풀과 나뭇잎 덩어리를 배설한다. 토끼는 이 덩어리들을 다시 삼킨다. 아직 남아 있는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서이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들은 위의 특수한 지역을 할당하여 이러한 박테리아 집단을 키운다. 씹어서 삼킨 잎사귀들을 박테리아가 일차로 처리하면 반추동물은 이를 다시 입으로 올려서 또 씹는다. 그 다음에 다시 삼켜서 위의 중심부분에서 소화시킨다.
잎을 먹은 원숭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의 고리가 발달한 콜로부스 원숭이와 인도의 잎원숭이도 용적이 큰 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장 거창한 배불뚝이는 보르네오에 사는 긴코 원숭이이다. 긴코 원숭이 가족은 오전에 몇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며 주로 맹그로브의 새순만을 조심스럽게 골라서 먹는다. 이 원숭이들은 오후가 되면 오랫동안 낮잠을 자면서 위 속의 박테리아들이 먹이를 일차로 처리하도록 한다.
[식물의 사생활] 데이비드 애튼보로 /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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