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문화

식물 문화 공간입니다.

Url Copy

나무와 풀은 어떻게 다를까?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5-01 04:57:14     48

 

식물은 우선 나무와 풀로 나누어지는데, 이 둘을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풀은 겨울을 맞으면 지상부가 죽기 때문에 줄기 안에 나이테를 만들지도 않고 비대생장을 계속 하지도 않는다. 반면 나무는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면서 나이테를 만들고 비대생장을 계속한다. 예를 들어 은행나무나 소나무는 해마다 그 줄기가 굵어진다. 하지만 수수, 갈대, 해바라기, 호박, 명아주 같은 풀 종류는 줄기의 비대생장이 없으며, 줄기 속에 나이테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겨울이 되면 지상부는 죽는다. 그러므로 나이테가 만들어지느냐, 만들어지지 않느냐 하는 것은 풀과 나무를 구별하는 기본적인 기준이다.

 

그러나 나무와 풀의 차이를 정의하려면 환경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큰 차이가 없고 일년 내내 온도가 높은 열대지방의 식물은 나이테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계속 자란다. 더구나 같은 열대지방이더라도 비오는 계절과 건조한 계절이 교체되는 지역에서는 추위라는 인자가 없어도 나이테를 형성해 가면서 계속 자란다. 즉, 열대지방의 건조기는 자람을 정지시키는 온대의 추운 때에 해당하고, 비오는 계절은 자람을 계속하게 하는 온대지방의 더운 때에 해당한다. 이 경우를 생각한다면 나이테만으로는 풀과 나무를 구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온대지방을 중심으로 해서 풀과 나무를 고찰해 보기로 하자.

 

나무는 한 해를 자라는 동안 나무줄기 안의 형성층이 안쪽으로는 목부조직木部組織을 만들고 바깥쪽으로는 사부조직을 만든다. 후기에 만들어지는 이 사부조직은 추위로 인해 생리작용이 둔화되면서 세포의 크기가 작아져 뚜렷한 경계를 이룸으로써 나이테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한 해 한 해마다 한 켜씩의 나이테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기가 굵어지는 것이다.

 

나무나 풀의 줄기 속에는 수분이나 양분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인 유관속維管束이 있다. 그리고 유관속 안에 있는 형성층을 유관속 내內 형성층이라고 말한다. 특히 나무에 있어서는 유관속 안의 형성층이 유관속 밖으로 발달하면서 조직의 연결이 서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유관속과 유관속 사이의 형성층을 유관속 간間 형성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풀은 유관속간 형성층을 만들지 못해서 줄기의 비대생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줄기는 1년을 산 뒤 죽고 만다. 줄기가 죽을 때는 뿌리도 함께 죽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도라지나 인삼처럼 지상의 줄기는 죽어도 뿌리는 땅 속에 살아남아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줄기를 내는 여러해살이풀도 있다.

 

이렇듯 나이테와 유관속간 형성층은 풀과 나무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일반적으로 나무로 분류하는 대나무의 경우를 보자. 대나무줄기를 잘라보면 그 횡단면 위에 많은 유관속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관속간 형성층은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나이테도 없고 비대생장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나무는 햇수가 바뀌어도 지상부가 죽지 않고 계속 자란다는 점에 있어서는 나무지만, 나이테를 만들지 못하고 비대생장을 할 수 없다는 면에서는 풀의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은 나무이고 반을 풀이라 할 수 있다.

 

[솟아라 나무야] 임경빈 / 다른세상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