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아름다움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구상에 나타난 식물은 처음에는 체제가 간단했으나 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복잡해져 갔다. 소철이라든가 은행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지구상에 출현하였고, 현재 우리가 접하는 감나무, 밤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은 시간상으로 매우 나중에 가서야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식물의 변화를 진화라 부르며, 진화의 근거는 화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특히 '화석의 나무'라고 말하는 은행나무는 몇억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살아남아 있는 나무이다. 은행나무는 식물이 물속에 살던 흔적을 그대로 남기고 있어서 고대식물로 인정받는다. 그 흔적이란, 화분에 해당하는 웅성생식세포(또는 소포자)가 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은행나무가 1과 1속 1종으로 자리잡았지만 지난날에서 더 많은 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초에 식물이 태어난 곳은 바다 속이었다. 그다지 깊지 않은 바다이고, 광선의 영향을 받아 물의 온도가 어느 정도 따스한 곳에는 해초가 많이 자라났다. 이러한 해초는 편모를 가지는 소포자가 바닷물 속을 헤엄쳐서 암컷의 생식세포에 해당하는 대포자를 찾아가서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자식물(침엽수, 바늘잎나무)이 먼저 지구상에 나타나고 그 뒤를 이어서 피자식물(활엽수, 넓은잎나무)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몸의 체제가 복잡한 체제로 옮겨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자식물은 암꽃에 꽃잎이라든가 꽃받침 등, 소위 꽃의 기관이 없어 무척 단순하다. 그러던 것이 조금 더 진화한 피자식물에 이르러서는 벚나무처럼 아름다운 꽃잎이 있는가 하면 산딸나무처럼 아름다운 꽃받침이 있고 싸리나무, 밤나무, 아카시아처럼 꿀샘을 가지게 되었다.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향나무 등의 나자식물은 많은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의 힘으로써 암컷의 생식기관인 배주를 찾아간다. 그래서 많은 꽃가루를 낭비하게 된다. 바람을 이용해서 암컷을 찾아간다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에너지 손실도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좀 더 진화된 상태의 오동나무, 버드나무, 살구나무, 감나무 등의 피자식물에서는 벌과 나비를 불러 꿀을 선사하고 그 대가로 꽃가루를 암꽃에 정확히 전달하게 한다. 진화의 과정은 이처럼 에너지를 절약하고, 쓸데없는 소비를 막는 능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밖에도 나자식물에서 피자식물로 진화된 결과는 여러 가지에서 나타난다. 나자식물은 자방조직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배주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나, 피자식물은 배주가 자방조직에 포위되어 있다. 즉, 보호를 받고 있다. 또 나자식물의 몸은 주로 가도관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만, 피자식물은 도관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향을 나자식물, 즉 침엽수는 길고 곧은 줄기를 가지고 있으나 피자식물의 나무들은 줄기가 굽거나 짧고 곁가지가 왕성하게 발달하여 옆으로 퍼지는 수관을 형성하는 것이 많다. 나자식물인 낙엽송과 피자식물인 회화나무를 비교하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지구는 모든 식물의 생활을 뒷받침하기 좋은 상태로 변모해 갔다. 다시 말해서 흙이 두텁게 쌓이고 흙안에는 식물의 자람을 도와주는 각종의 무기양료가 증가해서 비옥한 땅으로 변화했다. 그러한 곳은 자연 수분 조건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생산적인 공간에 나자식물과 피자식물이 놓여질 때에, 도관세포를 가지는 피자식물은 가도관세포로 되어 있는 나자식물을 이겨내게 된다. 그래서 소나무, 낙엽송 등의 나자식물은 땅이 건조하고 생산성이 낮은 공간, 즉 아한대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처럼 몸의 체제는 환경인자와 어울려서 그곳에 형성하는 숲의 종적 조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단순한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로 옮겨간다.
나자식물 시대에는 아름다운 꽃과 벌과 나비들의 노래와 무용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생물의 사회는 복잡하고 아름답게 변화해 갔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진화라는 개념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솟아라 나무야] 임경빈 / 다른세상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