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과 숲
인류의 4대 문명 발상지에서 살펴본 것처럼, 숲은 초기 인류의 문명 발달에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숲은 이렇게 인류 문명 발달의 이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문명의 붕괴, 문명의 쇠퇴 배경에도 역시 숲은 있었다. 즉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강 유역의 인도의 초기 문명, 그리고 중앙 아메리카의 열대림에서 시작된 마야문명이 도시와 사원 건설을 위해서, 그리고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 숲을 파괴하여 경작지를 확대하였고, 그 결과 파괴된 숲은 토양 유실을 초래하게 되었으며, 삼림으로부터 유실된 토양은 관계 수로를 막아 배수가 점차 나빠지게 되어 경작지 토양의 염분 성분을 상승시켰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종국에는 농업의 기반이 무너지게 되었고, 문명 자체를 지속시킬 수 없을 만큼 허약한 농경사회로 전락되어 일시에 붕괴되고 만 예들이 그러하다.
온대지방의 국가들은 열대 지방에 위치한 나라들과는 달리 기후의 특성 때문에 숲 벌채로 인한 환경적 재앙에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하여 열대나 아열대에서 시작한 문명의 경우, 숲의 파괴 때문에 파생된 환경 문제는 온대 지방과는 달리 그 파문이 크기 때문에 종국에는 이처럼 문명 자체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숲의 파괴가 인류의 초기 문명만 붕괴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 문명 역시, 그 붕괴의 배경에는 숲이 있었다. 그리스의 문화가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숲 황폐로 인해 발생된 유실 토양이 강 하구에 쌓여, 대외무역의 창구인 항구를 마비켰고 종국에는 농업 생산성이 붕괴되어 문명 자체를 지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Perlin, 1989).
로마가 향락 문화, 또는 그 구체적인 예로서 목욕탕 문화 때문에 망하게 되었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향락문화의 근간을 이루던 목욕탕 문화를 뒷받침한 것은 물을 데우는데 필요한 나무를 공급하는 숲이었다. 로마가 멸망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향락문화를 즐기기 위해서 숲을 파괴하였기 때문이라고 산림 문화 연구가들은 주장한다. 즉 정치적으로 불만을 가진 로마 시민을 달래기 위해서 식량까지 무료로 배급하는 한편, 향략적인 목욕탕 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나무를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의 무상 배급과 따뜻한 목욕물을 공급하기 위해 인근의 숲은 물론이고, 지중해 연안의 숲까지 경작지의 확장이나 연료목의 공급을 위해서 별채될 수밖에 없었다. 종국에는 이들 지역에서도 초기 문명 발상지에서 겪은 것과 동일한 과정-토양 유실과 농업 생산성의 저하, 시회적 불안-을 겨쳐서 마침내 문명 자체가 몰락하는 과정을 걷고 말았다(Thirgood, 1981, Thirgood & Hughes, 1982).
그래서 그리스나 로마를 위시한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한 서양의 초기 문명들은 지중해 연안 숲의 파괴의 대가로 얻어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하기도 한다. 즉 오늘날 서양이 향유하고 있는 철학, 문학, 예술, 언어, 종교, 과학 모두가 지중해 연안의 숲을 파괴하여 얻은 보상인 셈이다. 오늘날도 이 지역의 숲은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고, 불안전한 상태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탁광일, 1992). 이와 같은 숲의 파괴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 발달의 대가로 전세계에 걸쳐서 숲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 분야 연구에 의하면, 농업혁명 이후 지난 8,000여 년간 지구상에 천연림의 형태로 존재하던 숲의 1/3이 경작이나 정착, 연료와 목재 생산을 위해서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Marther, 1990). 특히 숲의 종류에 따른 감소율은 온대의 폐쇄림(32~35%), 아열대의 사바나림과 낙엽림(24~25%), 열대 극상림(15~20%) 등에서 20~30%씩 감소되었다.
[숲과 문화] 전영우 / 북스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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