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기아와 숲
오늘날에도 숲을 잘못 다루어서 참혹한 재앙을 겪고 있는 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 하루에도 수백 명씩 굶어 죽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참상을 익히 보아왔다. 그러나 그러한 기아의 배경에 숲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부터 1,000여 년 전에 에티오피아의 남부 지방에 정착하여 농경의 뿌리를 내렸던 에티오피아인들은 땔감과 재목을 얻기 위해서 인근의 숲을 심하게 파괴하였다. 자연히 토양 유실이 숲지에서 대면적으로 발생하였고, 그 결과 경작지가 극도로 황페해졌다. 경작지의 황폐는 농업 생산성을 저하시켰고, 종국에는 국토의 중앙부로 수도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즉, 지속적인 숲 황폐는 이 지역 토양 유실을 초래했고, 종국에는 경작지, 초지, 또는 연료나 가축의 먹이를 제공해 주던 관목류 조차도 자랄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나 사막으로 변하고 말았다(Ponting, 1991).
이와 같은 재앙은 국토의 중앙부로 수도를 옮기고 난 뒤에도 재현되었다. 1833년 아디스 아바바로 수도를 옮기고 난 뒤, 20년 이내에 수도 반경 160킬로미터 주변은 민둥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주민의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인근의 숲은 벌채되어서 목탄으로 가공될 수밖에 없었고, 종국에는 대면적에 걸친 토양 유실을 초래하게 되어 토지 생산성을 급격하게 감소시켰으며, 주변의 식생 변화는 종국에 기후 변화까지 불러들여서 사막으로 변하고 말았다. 한때 국토의 50% 이상이 숲으로 덮여 있었던 에티오피아이지만, 현재는 오직 2.5% 미만의 지역이 숲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숲의 가치를 옳게 인식하지 못한 무지가 이와 같은 불행한 재앙을 반복해서 초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빈번한 수해의 원인도 외화획득과 식량증산을 위해 무분별하게 산림을 훼손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숲과 문화] 전영우 / 북스힐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