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문명 발상지와 숲
초기 문명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이면에는 숲이 있었다.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는 농업혁명이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유역, 나일강 유역, 인더스강 유역, 그리고 황하 유역이다. 이들 지역이 문명을 발상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풍부한 수자원과 더불어 숲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숲을 인류가 성취해낸 문명 발달의 단계 중 가장 첫 단계인 농업 혁명을 완성시킨 숨은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Perlin, 1989, Ponting, 1991).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개화 이면에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울창한 숲이 그 원동력이 되었음을 인류 최초로 기록된 수메리아 사람들이 남긴 설형문자를 통해서 알 수 있다(Ponting, 1991). 중앙아메리카 대륙의 열대림에서 한 때 문명의 꽃을 활짝 피웠던 마야 문명의 개화 이면에도 숲이 있었음을 마야문명의 발굴보고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의 인더스, 갠지스 강 유역이나 중국의 황화 유역에서 이룩된 인류의 초기 문명 발상지에서도 문명 발달의 견인차 역할을 한 숲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즉 인류의 문명 발상지의 이면에는 숲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숲이 없었다면, 또는 연료나 건축재로서의 나무가 없었다면, 그리고 숲을 개간하여 얻은 기름진 경작지가 없었다면, 농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이들 초기 문명도 꽃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숲과 문화] 전영우 북스힐
문명의 흥망성쇠에는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의 침략, 우호적인 이웃의 지원중단, 주민의 반응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숲 제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 인간의 숲 제거는 청동기와 철기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세계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이집트문명, 황허문명,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문명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도 숲은 매우 중요하다. 세계를 대표하는 문명의 뒤안길에는 숲의 희생이 있었으며, 지나친 숲의 제거는 문명의 위기를 낳았다. 특히 지금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의 황토고원은 황허문명을 낳은 곳이었으며, 고대에는 이곳도 숲이 울창했다. 중국 문명의 발상지인 황토고원이 울창한 숲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준 것도 식물의 꽃가루, 즉 화분이었다. 꽃가루를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를 밝히는 학문이 곧 화분학이다. 칠레 서쪽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스타 섬의 몰락 원인을 밝혀 준 것도 야자나무의 꽃가루였다. 이 섬에는 900년 전까지 숲이 울창했지만, 사람들이 이곳에 본격적으로 정착한 18세기 초에 거의 사라졌다.
[세상을 바꾼 나무] 강판권,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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