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나르는 씨앗 1
봄은 제비꽃의 계절이다. 볕이 잘 드는 낙엽송의 벌채지 등에는 땅을 연보라색으로 물들일 만큼 많은 낚시제비꽃이 피어 있다.
꽃이 지면 꼬투리가 여물고 여문 꼬투리가 마르면 씨앗이 튀어나간다.
그런데 여름이나 초가을에 자세히 보면 꽃이 피고 난 뒤 다시 핀 것 같지 않은데 익은 씨앗이 눈에 띈다.
그것은 꽃봉오리처럼 부푼 폐쇄화가 씨앗을 만든 것이다.
폐쇄화 속에서는 제 꽃가루받이(자가수분)로 씨앗이 만들어지는데 개방화가 만드는 씨앗의 크기와 겉모양이 똑같다.
다만 폐쇄화에서 생긴 씨앗은 꽃가루받이 없이 생긴 것이어서 유전적 변이의 폭이 좁다는 점이 다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느 제비꽃의 씨앗에나 희고 작은 알갱이가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고 하는 개미가 즐겨 먹는 먹이다.
제비꽃의 씨앗은 이렇게 엘라이오솜이라고 하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개미의 먹이를 붙이고 있다.
개미는 제비꽃의 씨앗을 마치 맛있는 음식이 담긴 쟁반처럼 조심스럽게 개미집으로 옮겨간다.
제비꽃은 어떻게 개미의 먹이를 붙인 씨앗을 만들까?
개미는 왜 엘라이오솜만을 씨앗에서 떼어 내 자기 집으로 옮기지 않을까?
엘라이오솜을 떼어 낸 씨앗과 떼어 낸 엘라이오솜 중에서 개미들이 어느 것을 집으로 가져가는지 살펴보았다.
준비한 것을 개미집 가까이에 갖다 놓았더니 개미는 먹이를 씨앗에 올려서 날랐다.
결국 개미는 엘라이오솜이 붙어 있는 씨앗을 가장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미의 속을 알 수 없으니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귀한 먹이니까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씨앗은 어디에서 왔을까?] 와시타니 이즈미 외. 진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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