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발아와 생장
엄마 식물이 아무리 잘 마련해서 내놓아도 제대로 안전한 장소에 도달해서 싹트는 씨앗은 매우 적다.
날개나 가시가 있더라도, 폭발하더라도 씨앗이 분산하는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씨앗은 엄마식물 근처에 떨어져 먹히거나 병들거나 경쟁에 치어 살아남지 못한다.
이동하더라도 썩 터 자라기에 적당한 곳에 도달할 확률도 높지 않다. 고온 다습한 열대에서는 바로 싹트지 않으면 금방 썩어버린다.
많은 식물의 씨앗은 잠자는 기간인 휴면기를 가지고 있고 종에 따라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만 잠에서 깨어나 싹이 튼다.
산소, 물, 온도의 조건이 맞아야 싹이 튼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야생식물 씨앗이 어떻게 잠에서 깨어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씨앗은 살아있는 개체이기 때문에 휴면기에도 숨을 쉬고 물질대사를 한다.
무한히 오래 살 수는 없지만 수백 년 동안 생존한 씨도 있다. 오래 기다리는 동안 대부분의 씨앗은 동물에 먹히거나 썩어버리고 만다.
씨앗들은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추운 겨울이 끝나간다거나 비가 촉촉이 내려 빨아들일 물이 많다거나 하는 좋은 환경이 시작되는 증거가 보이면 싹을 틔운다.
조건이 맞아 싹이 트더라도 대부분의 새싹은 꽃이 피기 전에 먹히거나 말라버리거나 병들어 죽어버리고 만다.
자라나면서 다른 식물보다 빛과 양분을 더 많이 차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먹이를 찾는 많은 초식동물에게 대처하면서 잎과 줄기를 펼쳐야 한다.
들판에서, 숲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은 이런 산전수전을 다 겪고 살아남은 대단한 생명들이다. 이렇듯 제대로 자라서 다시 번식할 수 있는 후손을 남기기 어렵게 때문에 식물은 동물에 비해 많은 후손을 만들어 낸다.
『꽃의 제국』 강혜순 /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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