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시달리며 적응하는 나무
바람에 시달리며 적응하는 나무
햇빛을 받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나무들은 키가 크고 햇빛 에너지를 채집하는 면적을 넓게 만드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점이 있다. 돛단배나 풍차처럼 나무들도 상부가 무거운 구조여서 돛을 나무 많이 단 배처럼 뒤집혀버릴 수가 있다. 세찬 바람에 뿌리가 뽑히는 것은 나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특히 봄과 가을에 태풍이 엄청난 강풍을 동반하며 불어닥치는 온대 및 북쪽 지방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을에 잎을 모두 떨어뜨리는 낙엽수들은 이런 기상학적 공격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
고위도에서 햇빛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 키가 크고 뾰족한 모양으로 자란 침엽수들은 활엽수보다 바람을 맞는 면적도 더 작다는 사실도 생각해보면 절묘하다. 바람의 압력은 풍속을 제곱한 것과 같다. 나무에 불어닥치는 바람의 세기를 알아내려면 나무의 표면적, 항력 계수(잎이 달려 있는지 아닌지, 윗부분에 이파리가 얼마나 빽빽하게 달려 있는지 등, 공기 밀도, 지형, 인근 나무들의 밀집도 등의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나무는 너무도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상업적으로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나무와 바람의 상호작용만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국제 학회가 열리기도 한다. 일단 여기서는 바람이 많이 불면 나무가 받는 압박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정도만 알아두자, 이럴 때 넘어지지 않고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와 자원은 엄청나다.
어린 나무들은 휘어지는 것으로 바람에 대처한다. 그러나 나무가 완전히 다 크려면 몸통이 뻣뻣해져야 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이 뻣뻣함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아주 얕은 토양에서도(0.5미터 깊이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나무들이 효과적으로 뿌리를 내리는 걸 보면 참으로 놀랍다.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은 자라면서 바람에 적응한다. 반면 침엽수처럼 빽빽하게 자라는 곳에서는 도미노 효과로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잦다. 나무가 촘촘히 심어진 들이나 산의 플랜테이션에 강풍이 불어닥쳐 가장자리에 서 있던 나무가 쓰러지면 숲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침엽수들은 뿌리를 매우 얕게 내리고, 양옆으로는 나무 위쪽의 잎이 펴진 캐노피만큼의 면적을 차지한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보면, 그 나무를 땅에 붙잡아두었던 흙의 양이 형편없이 적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의 모험,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4
117~118쪽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