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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속의 요람
오늘숲길
요새속의 요람
길가 멀구슬나무에 까치 부부가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입춘 무렵부터 까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야생의 까치가 우리보다 절기를 먼저 알아채는 것 같지요?
까치 부부가 이른 시기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치는 것은 탁월한 건축능력 때문입니다. 까치집은 난공불락의 요새 구조를 갖추고 있답니다. 바깥에는 나뭇가지를 끼워서 공처럼 만든 튼튼한 외벽이 있고 그 안쪽에 여느 새의 둥지처럼 바닥에 마른 풀과 깃털로 덮인 아늑한 요람이 있습니다. 서로 역할이 다른 이중 구조랍니다. 그러니 꽃샘추위도 무서워하지 않고 신혼의 둥지를 틀겠지요.
그럼 둥근 공처럼 빽빽하게 나뭇가지를 끼워놓은 둥지의 문은 어디에 있을까요? 까치는 위로 드나들지 않고 옆으로 드나듭니다. 위에서 보면 새끼들의 활동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안전한 요람인가요? 옆으로 난 문은 외부 공간을 확인하고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방향으로 내는 것 같아요. 은폐성이나 비바람에 대한 보호도 고려 대상이 될 것 같네요.
둥지가 크고 튼튼한 만큼 까치 부부의 노력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몸짓에 버거운 나뭇가지를 물고 여러 번 쉬어서 둥지까지 가져오곤 하더라구요. 힘들다 보니 중간에 숲 바닥에 내려앉아 무언가 쪼아 먹기도 해요. 참을 먹어가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기가 살 집을 직접 짓는 일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고 고된 작업입니다.
또 하나는 천적이 되는 다른 새들이나 동물의 눈길을 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머리가 좋고 공격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힘이 약한 새들은 주로 햇잎이 나와 은신처의 기능을 할 때 둥지를 틀잖아요. 까치는 사방이 뻥 뚫린 높은 공간에서 둥지를 다 드러내 놓고 삽니다. 높은데 자리를 잡고 있으니 시야도 넓습니다. 훤히 내려다보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삶의 지략과 자신감이 돋보이는 똑똑한 새로군요. 우리 조상님들이 까치를 유독 사랑하며 가까이 여긴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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