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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에 깃든 아름다움을!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3-17 04: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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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숲길
이 봄에 깃든 아름다움을!
이 봄에 깃든 아름다움을!
입춘이 지난 지도 벌써 한 달, 나무뿌리는 부지런히 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숲길을 걷다가 청딱다구리를 만났어요. 쉽사리 마주치기 어려운데 운이 좋은 날이예요.
개서어나무 줄기에서 무언가 쪼아먹고 있군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구멍을 파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만히 보니 나무에서 수액이 흘러나오고 있네요. 생명의 피가 돌기 시작하는 나무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요.
물을 올리는 이 시기에 가지를 벤 개서어나무를 본 적이 있어요.
얼마나 많은 수액이 바닥으로 떨어졌는지 물을 동이째 들이부어 놓은 것 같더군요.
지혈을 해서 멈출 수도 없는 이 나무는 얼마나 허망한 아픔을 겪었을까요.
어쨌든 먹을 것이 귀한 이 철에 당분 가득한 나무의 수액은 곤충이나 동물들의 훌륭한 식사가 될 거예요.
지난 몇 년간 함양상림을 관찰하면서 수액을 먹으러 오는 곤충이 무척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여름철 늙은 참나무 그루터기는 수액을 곧잘 내놓곤 했거든요.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근처에 있던 청설모도 쫓아와서 수액을 할짝할짝 먹고 있어요.
딱다구리도 청설모도 한참 동안 수액 먹는데 정신이 팔렸어요. 느닷없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지요.
나무는 숲을 이루어 온갖 곤충과 동물을 보듬고 먹을 것마저 내어주는군요. 과연 ‘숲의 모성’이라 부를 만합니다.
부풀어 오르는 생기가 온갖 생명을 살찌우는 봄에 섰어요.
이 봄에 깃든 처연한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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