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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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새움은 부성이더라
오늘 숲길
꽃 시새움은 부성이더라
숲길엔 생강나무 꽃눈이 부풀어 오르고 있어요. 쥐똥나무 연두 입술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요. 진달래 꽃눈도 빵긋하게 부풀어 올랐어요. 가만 보니 일찍 봄을 일깨우는 나무는 주로 관목(키가 작고 줄기가 많은 나무 형태)이네요. 조직 구조가 그만큼 유연하고 민첩하기 때문일 거예요. 비대한 조직은 역동성을 잃어서 대기시간도 길어질 테니까요.
며칠 비가 내리더니 나중엔 폭설이 쏟아졌어요. 찬바람이 쌩쌩 날리고 추운 날이예요. 꽃 시새움이 아주 매섭군요. 높은 산에 내린 함박눈이 밤새 얼음꽃이 되었어요. 솔잎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래로 늘어졌어요. 소사나무 메마른 가지는 하얀 얼음꽃을 매달고 있어요. 물오리나무처럼 약한 나무는 줄기 채 꺾이기도 해요. 막 부풀어 오르던 꽃눈과 잎눈도 화들짝 놀라겠어요.
사이란 이것과 저것의 경계 어디쯤을 이르겠지요. 계절과 계절을 이어주는 간절기도 사이라 할 수 있지요. 서로 다른 계절을 이어주는 사이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울 거예요. 그러니 계절의 바통이 딱~ 전해지기 전까지는 요란스러울 밖에요. 느닷없이 찾아오는 강추위는 물을 올리는 나무도 피어나는 꽃들도 견디기 어렵겠지요. 빗장을 풀어 봄을 준비하면서 긴장이 풀린 맘에 날벼락을 안겨 주는 꼴이니까요. ‘사이’가 바로 꽃 시새움이었네요.
봄은 얼어붙어 짓눌리고 꺾여 가면서 찾아오나 보아요. 봄바람이 뿌리와 가지를 흔드는 것도 뿌리를 튼튼히 하고 물을 빨아올리라는 부추김이라 하지요. 꽃 시새움은 미련을 거두지 못하는 동장군의 질투가 아니었네요. 꽃 시새움의 ‘사이’를 잘 건너뛰라는 무거운 아비의 마음이었네요. 생명력을 강인하게 끌어내는 부성(父性)! 그 위로 부풀어 오르는 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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