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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생명의 공진화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4-02 0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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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숲길
지혜로운 생명의 공진화
지혜로운 생명의 공진화
이른 봄 생강나무 노란 꽃이 말을 거네요. 조잘조잘 하고싶은 얘기가 많은가 보아요. 지난여름부터 부지런히 접어놓은 꽃망울이예요. 그렇게 완성된 꽃눈은 지난겨울 하나의 통과 의례를 넘어왔어요. 모진 비바람과 추위를 이겨낸 것이지요. 인내와 기다림으로 피어나는 샛노란 꽃망울! 통과의례가 안겨준 축복이네요. 시련과 영광은 한 바구니로 오는군요. 순서만 다를 뿐!
생강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매달려요. 수꽃은 꽃밥을 많이 달고 있어 꽃송이가 보풀보풀 크게 보이고요. 암꽃은 단조롭고 수수해요.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꽃가루를 맞이할 암술머리니까요. 단순명쾌, 한 마디로 심플해요. 수꽃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바깥으로 몸집을 부풀리고 암꽃은 대를 잇기 위한 내면의 집중을 하지요. 이것은 성의 역할이 만드는 성격이기도 하겠네요. 암수 나무가 거리를 두는 이유는 유전적 다양성의 가치를 알기 때문일 거예요. 근친혼이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강나무는 잘 아는 것 같아요.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매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꽃망울을 봅니다. 꿀이 똑똑 떨어질 것 같은 꽃향기가 말을 거네요. 물론 저를 부르는 건 아닐 거예요^^ 다가가 코를 살짝 얹어보니 얼마나 달콤한지 몰라요. 따스한 봄바람에 가슴 울렁이도록 향긋한 꽃내음이겠지요. 생강나무가 꿀 떨어지는 만찬을 차려놓고 곤충을 부르네요. 그러니 벌들은 풍요로운 이 향기를 얼마나 잘 알아보겠어요?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가 곤충을 유혹해서 수족처럼 부리네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몸으로 말해주면서요. 이 지혜로운 생명의 공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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