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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연의 미를 보다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4-13 0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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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숲길
건강한 자연의 미를 보다
건강한 자연의 미를 보다
세상에 벚나무만큼 마음을 부풀게 하는 꽃나무가 또 있을까요? 올해는 잦은 봄비에 활짝 피어난 벚꽃이 장관을 이루었네요.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가 온통 벚꽃 물결을 이룹니다. 하지만 도로변이나 벚꽃축제 장소에 심어진 나무는 거의 일본에서 들여온 왕벚나무라 합니다. 일본 왕벚나무는 자생종인 올벚나무와 오오시마벚나무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라 하네요.
그런데 우리 산에 자라는 야생의 벚꽃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야생의 벚꽃을 보려고 카메라를 메고 가까운 숲길로 오릅니다. 잠시 잠깐! 새싹으로 부풀어 오르는 숲속에 벚나무가 점점이 박혀 있네요. 뭉텅뭉텅~ 순하고도 연한 뭉게구름으로요.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그 색감은 희고 푸르고, 누르스름하고, 연지 볼처럼 볽닥하니 참으로 다양하군요. 출렁출렁! 야생 벚꽃의 변신은 무죄라 할 것이니 다양다감의 물결입니다.
그 물결의 주인공이 누구누구인지 확인을 해 보아요. 벚나무, 잔털벚나무, 올벚나무. 그리고 중간 형태를 보이는 다양한 벚나무들. 자연교잡이 워낙 흔하게 일어나서 그렇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가족을 이루며 이 강산에 빠르게 번져나가기도 합니다. 산자락의 5할 이상이 벚나무 꽃무리를 이룬 곳도 있으니까요.
어제 추사 고택에 갔다가 야생의 벚나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른 정원 한 귀퉁이에 잔털벚나무가 꽃을 피웠어요. 도로가에서는 멀뚱하게 키가 큰 올벚나무가 꽃을 피웠고요. 밤색의 햇잎을 꽃잎과 함께 달고 있는 잔털벚나무! 파란 햇잎 사이로 새하얀 꽃잎이 유난히 돋보이는 올벚나무! 우리 자생의 벚나무들은 이처럼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어요. 유전적 다양성으로 변신하는 ‘건강한 자연의 미’이겠지요.
이 봄의 벚꽃을 비추어 봅니다. 야생의 벚꽃이 잔잔한 물결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간다면 도로가의 벚꽃은 쓰나미처럼 가슴에 몰려옵니다. 잎보다 먼저 유난히 많은 꽃무리를 피워내니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거지요. 이 감흥은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똑같은 무리의 반복으로 나타납니다. 천편일률(千篇一律)의 재배종, 야생의 벚꽃을 느끼고 나서 바라보니 금방 질려버리는 얼굴이로군요.
그러니 야생의 벚꽃이 보고 싶어 자꾸만 높은 산으로 향합니다. 개화가 꼬리를 물고 올라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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