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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철쭉 사이에서
오늘숲길
진달래와 철쭉 사이에서
진달래 진 자리에 철쭉 피어나니 봄은 이미 깊었나 봅니다. 심산 물도랑을 따라 피어나는 철쭉이 있으니, 사람들이 수달래라 부릅니다. 공식적인 이름은 산철쭉이죠. 물도랑 바위 겉에서 한 시절을 뽐내는 수달래! 그런데 어쩐 일인지 산정에서도 무리지어 나타나니. 황매산 철쭉이나 지리산 바래봉 철쭉이 모두 산철쭉이네요. 사실 꽃이나 잎의 생김새가 철쭉하곤 완전히 다르거든요.
꽃 색이 진해서 강렬하게 보이는 산철쭉은 예로부터 개꽃이라 했으니, 보기엔 좋을 지라도 먹지는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산철쭉의 꽃잎은 구토가 나올 정도의 독성분을 갖고 있다고 하는군요. 자기 방어물질로 만들어내는 것일 텐데, 꽃눈이 터져 나오는 초기에 끈적거리는 점액이 얼마나 많던지 벌레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을 정도입니다. 꼭 서양 열강의 대항해 시대를 연상케 합니다. 그러니 진달래나 철쭉의 연하고 부드러운 우리네 정서와는 사뭇 다른 것 같네요.
물가를 좋하하는 식물이 산정에서도 대가족을 이룰 수 있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네요. 서식처를 가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생물은 생존에 유리한 점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많은 생물은 그렇지 못하겠지요. 살아온 환경 마당이 좁거나 생식 조건이 제한적으로 진화해 온 결과이겠지요.
아침에 이런 영상을 보았어요. 여행은 낯선 풍경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요. 아는 내용 같지만 새롭게 들리더군요. 또 지식이 있어야 생각을 조합하고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하자면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여행이라야 시각을 열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 험한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것! 진달래와 산철쭉 사이에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숲길을 걸으며 우리를 이어본다
최재길(야생의 여행자)
jirip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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