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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다고 버려선 안 될 것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4-17 01: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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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숲길
불편하다고 버려선 안 될 것~
불편하다고 버려선 안 될 것~
나도물통이란 이름의 풀꽃을 보아요. 꽃망울이 한 3mm 정도, 너무너무 작지요. 이 작은 꽃은 수꽃과 암꽃이 따로 떨어져 있어요. 은행나무, 버드나무, 생강나무가 암나무와 수나무로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요. 풀꽃은 암수 다른 그루가 아주 드물어요. 거의 암꽃과 수꽃이 한 꽃차례에 같이 있거든요.
함양상림에 나도물통이 군락이 있어요. 여러 해 관찰하고 있어요. 그런데 나도물통이 암꽃은 잘 보이지 않는군요. 올봄에도 찾기 실패했어요. 그런데 나도물통이꽃을 바라보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꽃가루를 곤충이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스프링처럼 튕겨서 날린다는 거예요. 사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 영상을 발견했어요. 꽃망울이 벌어질 때 5개의 수꽃차례가 하나씩 튕겨 나와요. 이때 꽃가루가 순식간에 퍼져 나와요. 송홧가루처럼 꽃가루 분자들이 둥둥 날아다니다가 암술머리에 내려앉는 방식이겠지요? 참 기발한 후손 잇기 방식인 것 같네요.
작고 힘이 없는 풀꽃들은 생존을 위해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암꽃과 수꽃의 유전자 교환을 통한 유성생식, 뿌리줄기를 무한 증식하는 무성생식 수단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지요. 그중에는 유성생식 수단을 잃어버린 풀꽃도 있어요. 예전 단옷날 머리 감던 창포가 그래요.
나의 후손을 늘리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유성생식보단 무성생식이 훨 편리하고 유리하겠지만, 그렇다고 유전적 다양성을 포기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극한 상황을 맞아 전멸할 수 있으니까요. 편한 길이 좋지만, 귀찮다고 중요한 걸 놓아버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네요. 작고 하찮은 나도물통이 꽃밭에 쪼그리고 앉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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