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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밖의 쉬나무
식물 안에 문화 있다 -1-
관심 밖에 쉬나무
우리에게 영~ 익숙하지 않은 나무 이름 쉬나무, 이 나무 이야기를 한 번 풀어놓을까 봐요. 『한국식물이름의 유래』에 보면 쉬나무는 수유나무에서 변해왔다고 합니다. 전남지방에서 줄여서 쉬나무라 불렀다지요. 그런데 ‘수유’에는 세 종류의 나무가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자명이 수유(茱萸)인데 『동의보감』에서 다음과 같이 3종류로 구분했다 하네요.
오수유! 식수유! 산수유!
식수유는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머귀나무(운향과)라 하고, 산수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노란 꽃, 빨간 열매 나무(층층나무과)이니 오수유 하나가 남는군요. 원래 약으로 쓰는 오수유는 중국산인데, 우리나라 경상도 지역에서도 난다고 기록했답니다. 중국산 오수유 대신 쉬나무(운향과)를 약재로 쓰기도 했을 거란 말이지요.
쉬나무는 약재뿐 아니라 예전에 열매로 기름을 짰답니다. 열매가 많이 달려 기름이 많이 나온답니다. 이 기름은 청결하게 멋을 부리는 데 머릿기름으로 쓰기도 했지만, 등잔불을 밝히는 데도 썼다고 하는군요. 어느 쪽 용도로 더 많이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꽤나 중요한 열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마을이나 건물 주변에 쉬나무를 심지 않았을까 싶네요.
2022년 5월 종묘에 갔더니 숲속에 꽃망울이 막 올라오는 쉬나무가 보였어요. 하지만 쉬나무는 남부지방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쉬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지난 1년 동안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덕분에 사천 지역 곳곳에서 쉬나무를 발견했어요. 심지어 멱감고 놀던 고향의 냇가 맞닿은 산자락에도 살고 있지 뭐예요. 어릴 적에는 식물에 관심이 없었으니 전혀 알 길이 없었지요.
그동안 찾고 있던 식물이어서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아가서 꽃망울이 생겨날 때부터 계속 관찰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피었을까 하고 가보면 아직 꽃망울 그대로이고, 또 일주일 뒤에 가보면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두 달을 애를 태우더니 드디어 풍성한 우산형의 꽃을 피웠네요. 나비류, 벌, 파리류 온갖 곤충이 찾아오는데 정작 향기는 그리 나지를 않습니다. 꽃이 지고 나서 발그스름한 볼을 드러낸 열매 또한 풍성합니다.
이러니 집 근처에 한두 나무만 있어도 상당한 기름을 짤 수 있었겠습니다. 예전에 집 가까이에서 생활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던 나무, 하지만 지금은 관심 밖의 나무, 쉬나무는 그렇든 말든 지금도 풍성한 꽃을 피우며 우리 곁에 앉아 있습니다.
20220728
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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