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료실
지리산 자료실 공간입니다.
지리산과 문학
지리산이 포괄하고 있는 드넓은 삶의 영역과 지리산이 가지는 역사적 내용으로 인하여, 지리산을 매개로 한 문학은 고금을 통틀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영재우적(永才遇賊)이라 하여 지리산과 덕유산 중간의 육십령 통로에 할거하고 있던 도적떼들을 문학적으로 밝혀주고 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는 다소 허황된 듯 하지만 중세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남원의 만복사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선 중기 김종직, 김일손, 이륙의 지리산 기행문들은 모두 우리나라 기행 수필문학의 명작들로 평가된다. 여기서 김종직의 『유두류록』은 사실적 산문형식의 기술을 통해 지리산의 해동청 잡는 모습을 비롯 몇몇 풍물들을 적고 있으며 김일손의 기행문은 섬세한 필치와 수사적 표현양식이 단연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으로 꼽히는 『춘향전』과 『흥부전』 그리고 『변강쇠타령』 등도 넓은 의미에서 지리산을 무대로 한 것들이다. 익히 아는 『춘향전』 내용에서 주목되는 것은 변학도가 잔치를 벌일 때 유독 운봉현감만이 춘향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점이다. 지리산을 가까이 하고 있는 운봉현감의 이러한 처신은 아마도 지리산 속의 잠재적 변혁세력과 결코 무관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흥부전』의 무대가 운봉 여원치에서 함양 팔랑재까지라는 것은 책 속의 지명이 말해주고 있으며, 남원군 동면 성산리는 흥부전의 원고장이라고 자부하고 있기도 하다. 『변강쇠타령』은 거의 등구, 마천을 그 지역적 배경으로 한다.
근대로 와서 지리산 문학을 살펴보면 몰락 양반가의 손자 석이와 소작인의 딸 순이의 비극적 삶을 내용으로 한 황순원의 『잃어버린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
박경리의 『토지』도 악양면 평사리가 작품의 배경이다. 김동리는 『역마』에서 화개장터를 배경으로 역마살이 낀 주인공의 떠돌이 생활을 그리며 일제의 자본침탈로 붕괴되어가는 조선시대 장터의 모습을 애환 깊게 다루고 있다.
6.25와 빨치산 투쟁이라는 비극적 역사가 휩쓸고 간 다음 지리산 문학은 곧 분단문학의 선상에서 논의된다. 그러나 분단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지리산 문학의 잉태과정은 이데올로기적 제약 때문에 진통을 겪는다. 신동엽 시인의 『진달래 산천』은 바로 이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여는 것이었다.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산으로 갔어요.....”라며 최초로 산사람들의 얘기를 진혼곡 형식으로 읊고 있다. 뱀사골 마뜰마을을 배경으로 한 오찬식의 『마뜰』 문순태의 『피아골』과 철쭉제, 김주영의 『천둥소리』, 박경리의 『천둥소리』도 모두 지리산의 비극적 역사를 그 테마나 소재로 하고 있다.
1970년대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은 본격적으로 지리산과 빨치산 투쟁을 형상화한다. 그러나 지리산은 실제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서도 픽션으로의 한계와 지식인적 관점에 머물고 말았다. 이에 비해 1980년대에 등장한 이태 씨의 『남부군』은 작가가 체험한 생생한 빨치산 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나의 역사 기록물인 남부군은 바로 1980년대가 말해야 할 지리산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된다.
19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있다. 여순반란사건에서부터 휴전 성립 시기까지 전남지방과 지리산을 무대로 입산자와 그 가족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형상화했다. 특히 이 책은 이제껏 지리산과 관련된 분단문학이 갖고 있던 역사허무주의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분단된 역사 속에서의 민중들의 희망과 좌절, 기쁨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분노를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지리산]
김명수 지음
돌베개
1990년 7월 10일 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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