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상호간의 의사소통
식물의 신체언어
식물의 언어는 수천 가지의 화학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분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담은 채 공기나 물을 통해 퍼져나간다. 이러한 분자들의 방출은 마치 인간이 분절화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식물이 선호하는 의사소통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은 언어 이외에 제스처, 얼굴표정, 태도, 몸짓 등으로도 의사소통을 한다. 이 같은 의사소통 체계는 종마다 다르지만, 많은 동물들, 특히 고등동물들 사이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떨까? 식물들도 신체언어, 즉 신체접촉, 위치선정, 제스처 등을 통해 이웃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신체접촉은 뿌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지상부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식물도 친척을 알아본다
식물도 친척을 인식하며,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친척들에게 더 호의적이다. 이 세상에 이유없는 결과는 없으며, 친척 간의 유대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과 유전적 유사성이 강한 개체를 인식하는 능력은 모든 종에게 중요하며, 진화적 행동적 생태적 이익을 제공한다. 친척을 인식하는 능력은 생존과 번식에 매우 유리하다. 친척끼리 협동하여 힘을 합치면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근연관계에 있는 부모, 형제, 자매, 근친과 경쟁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동물들은 시각 청각 후각 때로는 미각 등의 감각을 이용하여 친족을 인식한다. 이에 반해 식물의 경우, 뿌리나 잎 등에서 방출하는 화학신호 교환을 통해 친족을 인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단, 생물학자들은 잎의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합치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식물은 영토확장과 생장이라는 경쟁을 위해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뿌리에 투자한다. 만약 이웃 식물이 친척이라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으므로, 뿌리의 수를 최소한도록 줄이고 남는 자원을 지상부에 투자한다. 2007년의 한 논문에 의하면 모계가 다른 30개의 식물들이 한 화분에서 자랄 경우, 그것들은 예상했던 대로 영토지배와 수분 및 양분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뿌리를 뻗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식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계가 같은 식물들이 한 화분에서 자라는 경우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들은 뿌리를 덜 뻗으며 제한된 공간에서 공존하고, 남는 에너지를 지상부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과 곰팡이의 공생
이타심과 협동은 생명의 원초적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순수한 경쟁이 지배적 원리이며 승리한 자가 더 강력해진다’고 여겨왔다.
식물의 뿌리는 다른 식물은 물론 근권에 서식하는 미생물들과도 의사소통을 한다. 토양은 수많은 생명체들이 밀집해 있는 환경이다. 미생물, 세균, 진균 곤충은 토양 속에서 특별한 생태적 틈새를 형성하며, 그것은 식물과의 의사소통 및 협력을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균근은 특별한 형태의 공생집단으로, 곰팡이의 식물부와 식물의 뿌리가 지하에서 공생하는 것을 말한다. 곰팡이의 식물부는 우리가 숲에서 흔히 보는 부분으로 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한 경우 곰팡이가 식물을 소매처럼 둘러싸고 식물세포안으로 침투하기도 하는데 이런 종류의 공생을 상리공생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 붙인 이유는 공생이 식물과 곰팡이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곰팡이는 뿌리에 인과 같은 미네랄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성한 당분을 제공받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어떤 곰팡이들은 병원성이 있어서 뿌리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빨아먹는 과정에서 식물을 죽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식물은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곰팡이 중에서 친구와 적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방법은 뭘까? 그것은 곰팡이가 내뿜는 화학신호를 받아들여, 곰팡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콩과 식물과 질소고정세균의 공생
의사소통을 통한 상리공생의 또 다른 예는 콩과식물과 질소고정세균 간의 관계다. 질소고정세균은 다른 몇 가지 세균과 마찬가지로 매우 특벼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은 대기 중의 질소가스를 고정한 다음 질소 원자 간의 결합을 끊어 암모니아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들여마시는 공기의 80%가 질소이지만, 이것은 불활성 기체여서 식물이나 기타 생물들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소수의 질소고정세균만은 예외다. 질소고정세균은 질소기체를 암모니아 등의 질소화합물로 전환시켜 식물에 쉽게 흡수되도록 해준다. 한편 식물은 세균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풍부한 당분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식물과 질소고정세균 간의 관계는 의사소통과 인식에 입각한 상리공생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공생관계는 공생자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성립되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협동관계가 없다면 존속할 수 없다. 우리는 공생관계가 식물이나 하등생물에 국한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체 내에도 이와 유사한 공생관계가 확립되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 세포의 에너지 공장이다. 미토콘드리아가 각각의 세포 내에 들어 있지 않다면, 고등생물의 삶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원래 강력한 산소대사 능력을 가진 원시세균이었다고 한다. 즉, 아주 오랜 옛날 세포와 원시세균이 만나 에너지와 영양분을 주고받으며 공생관계를 유지하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 원시세균이 아예 세포 안으로 들어와 눌러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행성B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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