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감각 - 촉각
식물의 촉각은 청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기계수용채널이라는 작은 감각기관을 사용한다. 기계수용채널은 식물의 전신에서 골고루 조금씩 발견되지만,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표피세포다. 기계수용채널은 사물이 식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사물의 진동이 식물에 전달될 때 활성화된다. 그러나 전문 감각기관이 없다고 해서 식물이 촉각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전문 감각기관이 있다고 해서 식물이 촉각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물론 특정 감각기관을 보유할 경우 식물이 해당 감각을 느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말이다.
미모사의 잎은 정확한 촉각자극에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닫힌다. 미모사의 감촉성 운동은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나며 조건반사가 아니다. 예컨대 미모사 잎은 물에 잠기거나 바람에 날리는 경우에는 꿈쩍도 하지 않으며, 오직 뭔가가 직접 닿을 때만 닫힌다. 이러한 미모사의 운동은 방어적인 행동인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 대상이 뭔지는 확실하지 않다.
파리지옥의 포충엽은 곤충이 잎 안으로 들어오면 고성능 덫처럼 작동한다. 육식식물은 뭔가가 잎과 접촉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은 물론 자극의 종류까지도 분간한다. 많은 꽃들은 꽃가루매개 곤충들이 방문했을 때 꽃을 닫는 전략을 선택한다. 곤충을 꽃 속에 가뒀다가 꽃가루가 범벅이 된 후에 놓아주려는 심산인데, 이것은 촉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연구실에서 실험한 바에 의하면 식물의 뿌리는 물체를 더듬어본 다음 성장을 계속하거나, 우회경로를 찾아내기 위해 방향을 비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행동이 가능한 것은 뿌리의 맨 끝, 즉 근단의 활약 덕분이다. 근단은 장애물을 만져보고 어떤 종류의 물질인지를 확인한 다음 그에 알맞은 조치를 취하게 된다. 사실 뿌리가 촉각을 가졌다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한다.
식물의 지상부 중에서 촉각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덩굴식물들이다. 완두콩의 줄기를 살펴보자. 이 작고 연약한 식물은 뭔가에 닿는 순간 민감한 덩굴손을 많이 만들어 단 몇 초만에 자신과 접촉한 물체를 휘감는다. 이러한 행동은 수많은 식물들에서 발견된다. 그들은 주변의 물체들을 만져본 다음 가장 적당한 것을 골라 성장 지지대로 사용하고, 종국에는 그 위를 완전히 덮어버린다. 식물이 촉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보다 더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또 어디에 있을까?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행성B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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