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감각 - 청각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은 귀다. 소리는 파동의 일종이며 공기를 통해 전달된 음파가 귓바퀴에 포착된다. 귓바퀴에 포착된 후 이도를 거쳐 고막에 전달된 음파는 고막을 진동시킨다. 고막의 물리적 운동은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의 청각은 공기를 주요 매질로 사용하므로, 공기가 없으면 음파가 전달되지 않아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우리는 식물이 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피상적 사실에 얽매였다가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진화가 식물과 인간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여느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공기를 음파의 매질로 사용하며 머리 양쪽에 달린 귀를 통해 좌우에서 오는 음파를 포착한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와 다른 매질, 즉 땅을 사용하여 음파를 포착한다.
식물은 귀를 갖지 않은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체내에 진동을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기구를 진화시켰다. 땅은 소리를 매우 잘 전달한다. 따랏 식물은 기계수용채널을 이용하여 땅의 진동을 포착할 수 있다. 인간의 청각이 귀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식물의 청각은 전신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식물은 지상부와 지하부를 통틀어 수백만 개의 미세한 귀로 뒤덮여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식물은 온몸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식물의 청각은 다른 감각들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생활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의 독특한 생활환경이란 하반신이 땅 속에 묻혀 있고 하반신이 상반신보다 훨씬 더 민감한 것을 의미한다. 식물은 기계수용채널을 이용하여 땅속으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으므로 굳이 귀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이 점은 뱀, 두더지, 벌레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실시된 실험실 연구에서 식물이 음파에 노출되면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국제식물신경생물학 연구소가 보스의 지원을 받아 몬탈치노의 포도농장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5년 이상 음악을 틀어놓고 포도를 재배한 결과 음악에 노출된 포도들은 그렇지 않은 포도보다 더 크게 자랄 뿐 아니라, 포도의 향, 색깔, 폴리페놀 함량이 풍부해지고 더 빨리 영글었다고 한다. 단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음악의 종류가 아니라 주파수라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특정 주파수, 특히 100~500Hz 사이의 베이스 음향의 경우 식물의 발아 생장 뿌리뻗기를 촉진하지만, 그 밖의 주파수는 오히려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뿌리가 매우 넓은 범위의 음파를 인식하며 감지된 진동이 뿌리의 생장방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므로 뿌리도 음파의 주파수를 듣고 구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음악은 곤충의 방향감각을 혼란시킴으로써 곤충을 쫓는 효과가 있으므로 음악을 이용하면 살충제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행성B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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