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숲에 대한 생각
고대의 지구는 대부분 숲으로 뒤덮여 있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종의 다양성을 간직한 안정적인 서식처였다.
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 숲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거주지와 농경지를 만들어 오늘날까지 수많은 숲이 사라졌다. 이처럼 인류가 숲에서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숲은 인류의 원초적 고향일 뿐 아니라 지금도 인간에게 안락을 제공하고 인간을 외부로부터 지켜주고 있다.
숲에 대한 인간의 경외적 생각은 수목 숭배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 만물유신론萬物有神論的 가치관이 생활의 전부를 지배하던 고대인의 삶은 일반적으로 토착신앙적 우주관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토착신앙 안에서 우주는 지하에서 지상을 통하여 천상으로 연결되는 수직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오랜 문헌에서 해가 뜨는 동쪽에 있는 나무를 부상목扶桑木이라 불렀고 그곳에 있는 나라가 조선이라 했으나 부상목의 신화에서는 성스러운 대상으로서 해가 나무 뿌리에서 나와 가지를 타고 동쪽 하늘로 오른다. 나무가 고대 종교에서 태양신으로 상징됨은 나뭇가지가 사방으로 뻗아남으로서 마치 태양광선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방사선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부터 나무는 신, 즉 하늘 또는 태양과 이어진 통로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어 온 것이다.
숲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목재와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지만 숲을 보는 인간은 동화의 따스한 세계로 이끌려 가며, 숲 속의 삶은 청결하고 고요하며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가 있는 좋은 곳이다. 또 솔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새들의 지저귐도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작은 꽃과 관목의 지킴이기도 하다.
숲을 보는 눈은 동서양이 달라 서양은 숲을 이용의 대상으로 보아 왔고 동양에서는 자연 중심적인 가치관에서 숲을 절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 왔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간은 자연의 힘에 의지하거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존재로 생각되어 왔다.
그래서 인간이 사는 마을 근처에 마을 숲을 조성하기도 하였으며 열심히 보호해 왔다. 이는 바로 마을이었고 문화, 신앙의 바탕이 되었으며 토착적인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대상인 것이다. 최근에 녹지공간 확보라는 차원에서 와닿는 말이기도 하다.
[숲과 종교] 신원섭편 / 수문출판사
'동강의 성황림' 이수용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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