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방어수단
식물들은 굶주린 동물의 입과 날카로운 이빨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나 혹은 단단한 세포조직을 발전시켰다. 활엽수의 셀룰로오스들은 리그닌이라는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어 있으며 대부분의 동물들은 이것을 소화시킬 수 없다.
초본식물의 세포조직은 아주 미세한 식물석(식물의 조직 특히 풀의 조직에 들어 있는 규소의 광물질 입자)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이 작은 크리스털 같은 결정체들은 보통 모래나 화강암을 구성하는 실리카라는 물질과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풀을 뜯어 먹는 많은 동물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훨씬 더 긴 이빨을 발달시킴으로써 이러한 불편함에 적응해왔다.
식물의 또 다른 방어수단은 털을 많이 나게 하는 것 같은 아주 간단한 것도 있다. 소화시킬 수 없는 모직물 같은 빽빽한 털로 잎사귀나 줄기를 덮어버림으로써 조그만 곤충들이 갉아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털들은 아주 강하고 단단해서 작은 초식동물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털의 일부는 바늘 끝처럼 뾰족하거나 날카롭게 휘어진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식물도 있다. 이것들은 자그마한 애벌레를 찔러서 죽게 만들거나 옭아매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3밀리미터 이하의 짧은 길이의 이들 털들은 우리 인간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날카롭고 작은 갈고리 터럭은 다른 목적의 올가미로 활용되기도 한다. 야생 침팬지는 이러한 털들을 가진 잎들을 조심스럽게 접어서 최소한으로 씹은 다음 삼켜버린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일종의 의료 목적으로 먹는 것이다. 이들 잎사귀들이 창자 속을 지나면서 나뭇잎에 달려 있는 작은 갈고리 모양의 터럭들은 침팬지 내장 속의 기생충들을 잡아채 제거해버리는 데 도움을 준다. 야생 침팬지들은 이러한 특별한 잎들을 많이 먹지는 않고 보통 서너 장 정도 먹을 뿐이다. 그렇다고 자주 먹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잎들을 먹어서 얻는 이익은 아주 효과만점이다.
가시와 터럭들은 아주 많이 쓰이는 대형의 방어무기이고 그 크기와 모양도 아주 다양하다. 초식동물들이 별로 없는 아주 건조한 초원지대와 사막 지역은 이러한 가시와 터럭을 가진 식물의 고향이다.
쐐기풀과 식물은 겉으로 보기에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날카롭고 가느다란 가시를 잔뜩 가지고 있다. 이 가시들은 끄트머리가 피부 속으로 부러져 파고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라진 가느다란 가시 끝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해내기 때문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따끔거리게 만든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초식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조직과 독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식물들이 타닌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가 도토리다. 타닌은 단지 지독한 맛을 낼 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을 위한 신진대사를 위한 효소 작용을 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동물들을 순간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만약에 우리가 타닌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의 조직을 먹고자 한다면 타닌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방어수단 중에는 테르펜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꽃을 피우는 식물은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주요 성분을 모방한 화합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우리 인간에게 아주 중독성이 강한 물질들이다. 그렇다면 애 이들 식물들이 이러한 화학 물질을 생산해내는 것일까? 왜 작은 코카나무가 코카인을 만들고 왜 다 자란 양귀비 열매의 껍질에서 나오는 유액은 모르핀을 비롯한 스무가지나 되는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들 신경체계에 작용하는 물질들은 화학적으로 아주 복잡한 분자들일 뿐만 아니라 다섯 개 또는 여섯 개의 탄소 고리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질소 원자와 결합되어 있다. 특히 코카인이나 모르핀 같이 복잡한 것들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생화학적 경로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공정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모두 쓸데없는 일에는 절대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할 때 이것이 화학적 쓰레기나 물질대사의 잉여물질이라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가장 그럴듯한 가정은 이러한 화학물질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무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화학물질의 분자들은 우리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가 있다. 뇌호르몬을 모방한 식물의 분자는 확실히 포식자를 약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분자가 들어 있는 잎사귀를 먹게 되면 이 물질은 동물의 뇌에 작용하여 동물의 반사행동을 늦추게 하거나 인지능력을 둔화시키게 할 수도 있다. 스스로의 균형을 잃거나 반응시간을 늦추게 하는 것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 이 세상에서 그 동물을 대단히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 가운데 하나는 뉴질랜드가 원산지인 딸기나 다른 식물들 중에는 이러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식물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데리고 들어오기 전에는 뉴질랜드에는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곳의 식물들은 포유류 초식동물을 방어하기 위해 독이 있는 화학물질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도 이러한 식물의 화학물질이 방어적인 목적으로 발전시킨 방어기제 중의 하나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증거다.
화학제에 의한 방어수단 중에는 다른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을 모방하거나 이와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이러한 방어수단을 발달시킨 식물 중에는 곤충의 성장호르몬을 모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현명한 식물도 있다. 이러한 물질을 먹은 애벌레는 원래의 성장궤도에서 이탈하고 결국에는 생식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성숙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다음 세대를 번식시키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어물질은 곤충의 종류가 너무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방어수단은 고사리나 침엽수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물질 중에서 니코틴이나 카페인 같은 물질들은 곤충이나 작은 크기의 포유류에게도 효과가 있다. 그들에 미치는 효과는 인간에게 미치는 효과와는 다르다. 흥미롭게도 카페인은 전 세계 각지의 원주민들에 의해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수적인 활력갱생 효과가 발견되어 식물의 방어수단이라는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 중에서 더 유명한 예를 든다면 에티오피아산 커피, 남부아시아의 홍차, 중앙아메리카의 카카오 등이 있다.
경찰부대에 의한 방어형태의 대표적인 것으로 가장 고도로 진화한 사례로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의 개미아카시아나무를 들 수 있다. 이들 나무 아래에는 풀이나 나무들이 거의 자라지 않고 어떤 덩굴도 이들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지 않는다. 이들의 나뭇가지를 잡아보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나무에 손이 닿는 순간 아주 사납고 조그마한 개미들이 기어 나와서 손을 무는 것이다. 이들 개미들은 나무에 기어오르려고 하는 덩굴과 인접해 있는 이웃들에게도 마찬가지 공격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카시아나무가 보다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들 개미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는 개미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즉, 포식자들이 덩굴을 타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 또한 이들 개미들은 스스로 그 이유를 알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아마도 우연히 발생했는데 그것을 자연적으로 계속해서 선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무서운 개미들이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꽃가루 매개동물들이 꽃이 피어 있는 줄기에 접근할 수 있을까? 자연은 이를 잘 해결해오고 있다. 막 피어난 아카시아 꽃은 꽃가루 매개동물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는 휘발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개미들에게 멀리 떨어지도록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대신 아카시아나무는 두 가지로 보상을 한다. 하나는 잎에 있는 단백질 덩어리고 다른 하나는 줄기를 따라 분비하는 특별한 꿀이다. 이것은 개미들에게 에너지가 풍부한 설탕물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 아카시아나무의 나무둥치 아랫부분과 움푹 들어간 곳에 개미들의 집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활동은 상호 간에 이익을 얻는 것이다. 개미는 먹을거리와 보금자리를 얻고 나무는 항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방어부대를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작은 개미부대를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아마도 이것이 수천 종의 아카시아나무 중에서 오직 몇몇 종들만 이러한 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방어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도 에너지 절약 방법이 있다. 멕시코에 서식하고 있는 개미아카시아와 개미가 없는 아카시아의 잎의 화학성분을 면밀히 조사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개미의 지원을 받는 아카시아나무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시안화물질을 분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종의 아카시아나무들은 초식동물들이 맛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특별한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하지만 개미아카시아나무는 많은 방어용 화학물질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에너지 소모가 많은 개미를 지원하는 방법이나 방어를 위한 화학작용제를 생산하는 것이나 모두가 식물과 초식동물 간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바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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