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과 박테리오사이트
진딧물은 식물의 줄기로부터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그들은 보통 작은 무리를 지어서 서로서로 먹여주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딧물은 농사를 짓는 데 많은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학계는 많은 연구를 해왔다.
진딧물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빨아 먹는 수액이 당분은 풍부하지만 자신들이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아미노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딧물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무의 수액을 충분히 빨아 먹고 그중에 당분이 많이 담긴 물을 배설한다. 그러면 설탕물을 아주 좋아하는 개미들이 설탕 덩어리를 많이 얻기 위해 진딧물을 보살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수액을 빨아 먹어도 기본적으로 수액에 있는 아미노산의 양이 적기 때문에 충분하지 못하다. 진딧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방법을 발전시켰다. 자신의 꽁무니 부분에 박테리오사이트라는 균세포(세균을 공생시키는 기주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그곳에 수백만 마리의 박테리아를 키우는 것이다. 이 사실은 최근에서야 발견되었다. 이들 특수 박테리아들은 다른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박테리아를 진딧물의 꽁무니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배양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더욱이 놀랍게도 이들 박테리아의 DMA는 진딧물이 식물의 수액으로부터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필수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진딧물은 자신들의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데 있어서 생화학적으로 도움을 주는 작은 친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딧물의 DMA와 그들의 공생박테리아의 DMA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이들의 공생관계가 1억 5천만 년 전부터 2억 5천만 년 전 사이에 처음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진딧물과 박테리아 사이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그들이 최초로 상호협력 관계를 맺은 이래 일관되게 이어졌다.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바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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