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와 무화과말벌
무화과나무의 작은 꽃들은 둥그스름한 무화과 과일 안에 완전하게 덮여 있는 특유의 모양을 하고 있다. 무화과는 보기에는 열매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오목한 꽃차례다. 작은 꽃들이 꼭대기의 보일 듯 말 듯한 입구를 가지고 있는 무화가 안에 담겨 있다. 포엽들이 입구 안쪽에 아주 조밀하게 겹쳐 있기 때문에 이 방해물들을 비집고 통과해 무화과의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납작한 머리를 가진 말벌이어야 한다. 말벌들은 이 좁은 입구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날개를 상하게 된다. 일단 무화과 안으로 들어간 말벌은 암꽃 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때 그 말벌은 자신이 태어났던 무화과에서 묻혀온 꽃가루를 온몸에 묻힌 채로 다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수정이 이루어지고 난 뒤 말벌은 꽃 속에 알을 낳고 생을 다한다. 무화과 꽃은 자신의 새끼들이 자라날 보금자리이자 식량이 되는 것이다.
말벌의 알이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새로운 세대의 성숙한 벌이 되면, 수벌들은 아직 덜 성숙해 비활동적인 암벌들과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가 끝난 수벌들은 한데 모여서 두꺼운 무화과의 껍질을 씹어서 암컷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다. 암벌로 하여금 날개를 상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암벌이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나면 수벌들은 자신의 생명을 다하고 만다. 수벌의 준비가 끝나면 암벌은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는 무화과의 수꽃이 꽃가루를 배출할 준비가 끝난 시점이다. 무화과 안에서 꽃가루를 모은 암벌은 꽃가루를 배 밑에 붙어 있는 특수 주머니에 갈무리한다. 이제 꽃가루를 가득 담은 암벌이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암벌은 수벌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 둔 통로를 따라서 떠날 것이다. 암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숲을 가로질러 날아가서 꽃가루를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똑같은 종류의 무화과나무를 찾아가야 한다. 제 어미가 그랬듯이.
이 모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무화과나무는 무화과 안에 세 가지 다른 작은 꽃들을 만들어낸다. 암꽃은 두 종류로 피어난다. 즉, 말벌의 새끼가 자라날 숙주가 되는 꽃과 종자가 될 자양분이 많은 꽃, 두 가지 형태로 피어나는 것이다. 세 번째 종류의 꽃은 수꽃이다. 새 암벌이 자라나는 것에 맞추어 꽃가루를 만들어내고 암벌이 날아가기 전에 꽃가루를 뿌려준다.
그렇다면 어떤 신호가 이들 꽃과 곤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합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까? 무화과와 꽃가루 매개곤충의 성숙은 아주 간단한 요인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 요소는 바로 이산화탄소다. 무화과의 내부는 벽으로 아주 조밀하게 둘러싸여 있고 단 하나밖에 없는 입구마저도 꼼꼼하게 포엽에 의해 막혀 있어서 외부 세계와 거의 가스의 교환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말벌의 애벌레가 먹을 것을 섭취하고 번데기가 되는 과정에서 호흡을 계속하기 때문에 무화과의 내부는 이산화탄소가 아주 많이 들어차 있다. 번데기가 암벌로 깨어나는 마지막 단계가 되면 짙을 대로 짙어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작은 수컷들에게 그들이 할 일을 시작하도록 신호를 발산한다. 이 신호를 감지한 수컷들이 껍데기를 씹어서 탈출 경로를 만들면 외부의 공기가 무화과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후에는 무화과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지면 암벌이 활동을 시작하고, 수꽃은 꽃가루를 배출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꽃가루가 암벌에게 뿌려지고 암벌은 꽃가루를 가득 묻히고 이동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한 것도 있으니 그것은 암벌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화과의 벽은 달콤한 과육으로 무르익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암벌이 떠나고 종자가 성숙하고 퍼뜨릴 수 있도록 준비가 된다. 그리고 달콤한 과즙이 익어간 무화과는 종자를 퍼뜨리는 매개자의 점심이 될 준비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공생관계, 즉 쌍방이 서로 이익을 보는 관계의 전형적인 실례를 볼 수가 있다. 무화과 말벌은 무화과 밖에서는 성장할 수도 없고 짝짓기도 할 수 없다. 그리고 무화과나무는 말벌의 꽃가루 수정 서비스가 없이는 종자를 생산해낼 수 없다. 사람들은 이러한 완전하게 의존적인 공생관계를 아주 위험도가 높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만약 무화과 말벌이 멸종된다면 말벌의 친구인 무화과도 그 생명을 다할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단 하나의 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무화과나무와 무화과 말벌의 공생관계는 수만 종의 꽃을 피우는 식물 가운데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완벽하게 통합된 관계 중의 하나다. 하지만 700종 이상의 종류를 가진 무화과 종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 중의 하나인 것만은 확실하다. 대니얼 잰즌이 지적한 바와 같이 무화과의 이점은 단순하다. 무화과나무는 꽃가루를 수정하기 위해 다른 식물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만의 전속 매개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바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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