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한 그루에도 마을이
참나무 한 그루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깃들어 살고 있다. 땅속 뿌리 근처에는 개미와 지렁이와 굼벵이와 땅강아지와 두더지들이 살아가고 있다. 나무둥치에는 습기가 있는 쪽으로는 이끼와 버섯이 자라고 있다. 움푹 패여 들어간 구멍 속은 사마귀의 집도 보이고, 거미의 집도 보인다. 그곳은 작은 동물들이 몸을 숨기는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얇은 나무껍질을 들춰보면 갑자기 들이닥친 빛 때문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흰개미들과 지네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 작은 못으로 뚫어놓은 듯한 구멍 속에는 하늘소나 딱정벌레 애벌레가 살고 있을 것이다. 좀 더 큰 구멍은 딱따구리 같은 새가 곤충의 애벌레를 잡아먹으려고 파 놓은 것들이다.
좀 더 위쪽으로는 잔가지가 매달려 있는 빈 누에고치도 보인다. 나비나 나방이 우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잎에는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얇은 잎 속으로 터널을 만들어놓은 것도 보인다. 아주 작은 진딧물의 흔적일 것이다. 어떤 잎자루에는 불룩한 혹도 있다. 그 속에도 누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무의 가장 상층부에는 마치 까치집처럼 보이는 둥지도 있다. 다람쥐는 땅속에 집을 짓고 살지만 청서는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산다. 다람쥐가 달려간 숲 속엔 노루귀와 뱀딸기 같은 들풀들 사이에 막 싹을 틔운 어린 참나무도 자라고 있다. 떨어진 나뭇잎이나 부러져 썩어가는 나무토막에는 달팽이나 다른 곤충들이 살고 있다. 참나무 그늘 아래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참나무 한 그루는 이 모든 곤충과 동물과 아이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마을이다.
[나무와 숲] 남효창 / 계명사에서 편집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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