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치유포커스 공간입니다.
믿는 구석이 있어야 힘을 쓰지
야산 모롱이에 칡꽃 향이 코를 간지럽히네요. 아래엔 바알간 꽃잎들이 향기 자국을 후두둑 떨어뜨려 놓았고요. 초가을 숲길에서 만나는 오래된 향수. 칡꽃 향기는 가을 감성을 끌어내는 투박하고도 섬세한 자연의 산물입니다.
볕이 점점 짧아지는 가을날 꽃피우는 식물은 마음이 급할 거예요. 후손에게 바통터치 할 시간이 짧으니까요. 급할수록 대가를 높게 치뤄야 하는 법. 그래서 칡꽃은 꿀맛 나는 향기로 곤충을 유혹하겠지요. 덕분에 우리도 달콤한 가을의 향수를 누리는 거고요.
그럼 이제 칡의 다른 얼굴도 한번 만나 볼까요? 칡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무서우리만치 끈적끈적한 을목의 실력자예요. 을목(乙木)은 부드럽게 뻗어나가며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는 끈적하고 강인한 능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무성하게 자라나 닥치는 대로 감고 오르는 바로 덩굴식물이로군요.
을목의 칡넝쿨은 무성한 줄기와 잎으로 주변의 나무를 완전히 감싸며 햇빛을 차단합니다. 이러면 땅바닥의 풀 또한 살지 못하겠네요. 여리여리한 꽃향기, 강인하고 무성한 덩굴줄기, 그 생존의 이중성은 어떤가요?
믿는 구석이 있어야 힘도 쓰는 법, 칡의 무성한 원동력은 덩이뿌리에 있겠지요. 굵고 길쭉한 덩이뿌리는 땅속 깊이 박혀 있어요. 늦가을까지 무성한 잎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저장해 두었다가 이듬해 다시 무성한 줄기를 뻗어내지요. 그 기세는 을목 중에서도 으뜸이지 싶어요.
덩굴뿌리와 잎줄기로 왔다 갔다 무한반복 하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 큰 힘을 쓰려면 그만한 바탕 에너지가 어딘가에는 있어야겠군요.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