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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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몸부림이 낳은 노하우
처서도 지나고 가을 절기에 들어섰어요. 그런데도 무더위는 쉽사리 가시지 않네요, 올 여름은~ 가까운 숲길에 나갔더니 땀 냄새를 맡은 모기가 성가시게 덤벼들어요. 그 와중에 눈앞에 나타난 풀 한 포기, 수더분한 꽃이 진 자리에 독특한 열매를 맺었어요. 개도둑놈의갈고리! 한때 사오정 선글라스를 닮았다고 여긴 열매랍니다. 초등생태 수업 때 뭘 닮았냐고 물어봤더니, 엉뚱한 대답 부라쟈라고?
이 열매는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깃털에 묻어 무임승차를 해요. 두 쪽의 열매는 느슨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 살짝만 스쳐도 한쪽이 떨어져 나가요. 번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 같지요. 식물의 씨앗은 친구나 부모 형제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기회가 왔을 때 저 혼자 재빨리 떠나는 걸 선택해요. 사춘기 아이들처럼 부모의 그늘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아요.
식물 종마다 무임승차 도구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털모자를 쓴 것도 있고, 삼지창을 세우고 있거나, 뿔이 두 개 달린 창이나, 굽은 갈고리를 가진 것도 있어요. 진화란 무궁무진하게 열린 가능성의 창인 것 같아요. 정해진 틀이 없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는 것이니까요.
숲길 가의 성가신 잡초, 도둑놈의 열매들! 비록 무임승차를 한다지만, 자기 삶의 개척자이고 발명가들이지요. 털모자에 굽은 갈고리를 가진 도꼬마리 열매를 보고 찍찍이(벨크로 테이프)를 만들었잖아요.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는지 몰라요. 이처럼 우리는 자연의 발명품을 무상으로 모방하여 쓸 수 있지요. 생존을 향한 야생의 몸부림이 낳은 그들의 노하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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