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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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 위해 만든 가시가 아냐
지난겨울 꾸준하게 지켜보았던 논병아리 연못에 나왔어요. 이제 논병아리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요. 그 대신 조그만 연못이 마름으로 가득 찼어요. 마름은 한해살이 부초인데요, 연못 바닥에서 싹이 튼 줄기가 수면 위에서 가지를 뻗어요. 잎줄기엔 공기주머니가 있어 둥둥 떠 있을 수 있어요.
곳곳에 하얀 꽃이 피어나 클로즈업 해 보았어요. 세상에나! 조그마한 꽃 주변에 곤충이 이리도 많은 줄 미처 몰랐네요. 하얀 꽃잎 안쪽으로 연신 곤충들이 드나들며 꿀을 찾아요. 물 위에서 피는 꽃이니 주로 날아다니는 곤충이예요.
딱정벌레 종류들은 잎에 붙어서 짝짓기를 하고 있네요. 주변을 살펴보니 잎들은 온통 구멍이 숭숭해요. 마름의 잎은 수서곤충이나 날아온 곤충의 먹이가 되는군요. 마름은 이 외에도 연못의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가을이 되면 열매는 둥둥 떠다니다가 물속으로 가라앉아요. 무성했던 잎과 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한해살이 식물이라 씨를 맺지 못하면 내년을 기약할 수 없어요. 그러니 간절할 수밖에요. 다만 유비무환의 비책을 두었으니, 열매에 영양분을 가득히 채우는 거예요. 이를 바탕으로 수면 위를 무성하게 덮을 수 있는 거겠지요.
열매를 보면 양 귀퉁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요. 새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개발한 무기이지만 물새들은 영양가 높은 이 먹이를 포기할 수 없겠지요. 그러는 사이 이 가시가 새의 깃털에 달라붙는다니, 마름은 처음부터 물새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멀리멀리 나아가기 위한 기발한 여행법이지요?
그러고 보니 마름의 가시는 찌르기 위해 만든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의 존재가치와 목적을 분명히 아는 가시! 아무런 관심 밖에 있는 저 물풀도 생존의 가시에 얼마나 깊은 고뇌를 담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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