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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둥이 하얀 햇도토리
궁둥이 하얀 햇도토리
굴참나무에서 도토리 하나 툭! 떼구르르~ 궁둥이가 하얀 햇도토리 엄마 품을 벗어났어요. 토실토실 가을이 익어가는 중이네요. 이끌림에 다가가 한 알 주워봅니다. 동글동글 눈동자가 마음에 푸근하게 와닿네요. 보기에도 사랑스러워요. 내일의 희망을 담은 생명의 정수(精髓)라 그런가 보아요.
도토리는 시간차를 두고 한 달 동안 떨어져 내려요. 이맘때면 다람쥐가 배를 두드리며 포식을 하겠지요. 다람쥐는 도토리 껍질 까기 선수입니다. 햇도토리를 까먹는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신통방통하군요. 얼마나 오랜 세월 견과류를 향해 이빨을 단련해 왔겠어요. 견과류는 또 어떤가요? 수백만 년 창과 방패의 세월! 한 생의 노력으론 턱도 없겠지요.
지켜보고 있으니 껍질을 깐 도토리를 양손으로 들고 쪼르르 참나무 위로 올라가네요. 밥 먹을 때 누군가 지켜보면 부담스럽겠지요? 도토리가 해를 걸러 한꺼번에 많이 열리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 해요. 여러 동물이 미처 다 먹어 치우지 못한 도토리가 이듬해 싹을 틔울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다람쥐는 먹다 남은 것을 땅속에 묻어 저장하지요. 어치는 도토리를 물고 멀리 날아가고요. 원앙이나 멧돼지는 냠냠 그 자리에서 도토리만 먹어 치우겠지요. 그 많던 도토리는 먹힐 만큼 먹히고 나서야 자신의 후손을 기약할 수 있겠군요.
지금 참나무 숲은 생명 씨의 대전환으로 활력이 넘쳐나요. 지루하고 힘겨운 땡볕의 시간을 잘 건너온 덕분이겠지요. 세상만사 이 풍요롭고 활기찬 시기는 그리 길지 않을 거예요. 곧 가볍게 몸을 털고 나목의 하늘을 바라보게 될 터이니까요.
궁둥이 하얀 햇도토리 하나가 변화의 흐름을 관조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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