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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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어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어
하늘하늘 들국화 한 무리 가을을 길어 올리고 있네요. 말갛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가을 하늘만큼이나 상쾌해요. 그런데요, 우리는 오래전부터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를 모두 들국화라 불러온 것 같아요. 대를 이어서 입에 딱딱 붙은 것이지요.
옛 선비들은 중국에서 들어온 국화를 매우 귀하게 여겼어요. 불의나 유혹에 무릎 꿇지 않는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한 거지요. 서리를 맞고도 꿋꿋하게 견디니까요. 그래서 사군자에 넣어주었잖아요. 들국화란 이름이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어요. 귀한 국화에 대비되는 말로 산에, 들에 흔하니까 들국화! 이렇게 부르지 않았을까 싶은 거지요. 예전엔 분류학이란 개념이 없었기에 비슷한 식물을 뭉뚱그려서 불렀어요. 그런데 분류체계에 따라 하나하나 살펴보니 가족관계가 다르다는 거죠.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해국 등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사실 많이 다르거든요. 야생 국화인 쑥부쟁이나 산국은 국화만큼이나 추위를 잘 견디지요. 하지만 구절초는 추위에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서리를 맞으면 꽃잎이 시들어 버리거든요. 한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구절초는 선비를 닮은 꽃이고 쑥부쟁이는 서민을 닮은 꽃이로구나! 구절초는 바위 겉이나 고요한 산자락에 고고하게 피어나고요. 쑥부쟁이는 들판이나 야산 길가에 엉켜서 피거든요. 산국과 감국은 노란 꽃송이가 점점이 박히듯이 조그맣게 피어나요. 예로부터 약초로 많이 이용하던 들국화겠지요. 해국은 바닷가 바위틈에 붙어서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해변의 국화꽃이구요.
돋보기를 들이대듯 꾸준히 관찰하다 보면 다른 점도 같은 점도 눈에 들어올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쁨도 다름도 알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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