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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11-11 11: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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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
아주 먼 옛날 꽃을 피우는 식물이 지구상에 나타났어요. 아직 공생관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한 꽃잎에서 꿀을 찾는 곤충이 많아짐에 따라 꽃은 다양하게 진화를 이루었어요. 세상을 뒤바꾼 꽃과 곤충의 공진화가 시작된 것이지요. 꽃은 꽃가루와 꿀을 기본으로 꽃색과 형태를 다양하게 하며 곤충을 유혹했어요. 새롭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죠. 꽃가루받이를 해 줄 곤충을 간절히 찾았을 테니까요. 이러한 간절함이 꿀안내(허니가이드), 좌우대칭형 꽃차례, 보금자리 전략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끌었겠지요.
보금자리 전략을 갖고 있는 식물 중에 복수초가 있지만, 높은 산에 사는 용담도 있어요.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5장의 별빛을 머금은 청자빛 고운 꽃을 피워요. 가을밤은 어김없이 한기가 몰려와 벌은 추위에 떨겠지요. 이때 용담꽃은 벌에게 달콤한 꿀과 하룻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니. 꽃 모양을 보면 깊숙한 통꽃 안쪽에 꿀샘이 있어요. 맛난 밥을 먹고 놀다가 꽃 속에서 포근한 하룻밤을 지새우는 거지요.
연구에 따르면 꽃잎은 기온이 16도 아래서 닫히고 22도 위서 열린다고 하는군요. 아쿠아포린이란 단백질이 수분을 조절해서 꽃잎을 여닫는 거라네요. 캄캄한 밤을 지키던 몽골 초원의 게르가 동이 트는 아침햇살에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격이지요. 꽃잎을 벗어난 세상이 얼마나 넓어 보이겠어요. 이때 벌은 온몸에 흠뻑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겨 가겠지요. 바로 용담이 판을 깔아놓은 큰 그림 아니겠습니까!
하룻밤 게르를 그저 내어주는 용담꽃의 따뜻한 배려. 그래서 꽃말도 ‘그대가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라고 하네요. 가슴 푹신한 그날의 추억이 오래 남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별빛 머금은 용담꽃은 대인배, 높은 족속인가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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