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치유포커스 공간입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것은
직박구리는 풍성한 가을을 즐기는 새인 거 같아요. 열매가 익은 나뭇가지에 떼로 몰려와서 왁자지껄 한바탕 축제를 벌여요. 빨간 열매가 풍성한 윤노리나무에 모여든 직박구리들을 본 적이 있어요. 순둥순둥한 멧비둘기도 즐기는 방법이 다를 뿐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 소리소문도 없이 나타나서 부지런히 배를 채우거든요. 참깨 같은 농작물을 말리고 있으면 겁도 없이 와서 냠냠 식사를 하고 가요.
직박구리와 멧비둘기의 생태적 특징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해요. 공통점은요, 너무나 흔한 텃새라는 거예요. 마을 근처 야산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지요. 먹성이 좋아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난다는 말도 있어요. 다른 점은 요, 직박구리는 극심한 수다쟁이 같고 멧비둘기는 소심한 은둔쟁이 같아요. 매우 활동적이고 매우 내성적인 성격 차이를 보여주네요.
멧비둘기는 얼마나 조용한지 저만치 나뭇가지에 앉아있어도 알아채지 못해요. 심지어 꼼짝하지도 않고 잘 울지도 않아요. 귀차니즘에 빠진 집돌이거나 멍때리기 선수인지도 모르겠네요.
직박구리는 주로 나무 위에서 먹이를 해결하고 생활도 해요. 행동이 활발해서 벌레도 잡아먹고 열매도 따 먹는 잡식이지요. 그런데 멧비둘기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지만 먹이활동은 땅바닥에서 해요. 떨어진 열매나 들판의 곡식을 아주 좋아하지요. 겨울이 오면 나뭇가지에 떼로 모여 앉아서 기나긴 해바라기를 하기도 해요.
직박구리와 멧비둘기가 우리 곁의 흔한 텃새가 된 것은 먹이활동과 환경 적응에 성공했기 때문일 거예요. 성격이야 어떻든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국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다가 대를 이어놓는 거네요.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 가능합니다. 로그인
Guest (행간격 조절: Enter, Shift + 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