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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의 그는
맨 처음의 그는
불모의 땅에 맨 처음 얼굴을 내민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지구 표면을 덮은 최초의 생명은 지의류라 하네요. 습한 땅을 좋아하는 이끼보다도 먼저라니까요. 그러니 현생 식물의 조상이라 해도 되겠어요.
사실 지의류(地衣類)는 무모한 용기와 호기심을 지닌 개척자라고 해야 옳을 것 같아요. 어머니의 자궁 같은 바다에서 맨 처음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막막했을까요. 육상에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목숨을 잃었을까요.
지의류는 극한의 생존법을 터득하여 결국 살아남았으니! 지금도 주변의 메마른 바위 겉이나 히말라야 고산지대, 심지어 사막이나 남극 같은 극한의 땅에서 살고 있다는군요. 지의류는 극한 생존만큼이나 늦게 성장한답니다. 하지만 바위 겉에 붙어 살면서 돌을 쪼개고 부순다고 해요. 식물이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거지요. 이것은 마치 억겁의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격이로군요.
메마른 땅에 옷을 입혀준 지의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마른버즘같은 이 생명체는 녹조류와 균류의 공생체라고 해요. 위쪽의 녹조류는 광합성을 하고 뿌리 쪽의 균류는 물과 무기물을 끌어와요. 그럼 메마른 바위 겉에서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겠지요. 지의류의 공생은 식물의 뿌리와 잎에서 일어나는 물물교환 방식과 똑같지 않나요? 나에게 없는 것을 맞교환하는 이 놀라운 공생의 방식은 지의류가 분화하고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옮겨온 것 같아요.
맨 처음의 그는 불모의 땅이 두려워 공생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서로서로 너무 다른 손을 맞잡은 역할 분담이 대성공을 이루니, 아름다운 초록별의 생태그물이 출렁출렁 출렁일 수 있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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