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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여행자 시점으로
야생의 여행자 시점으로
여름 숲속의 산수국은 시원한 청량감을 주어요. 꽃의 오묘한 빛깔은 지중해를 물들이는 에메랄드 물빛 같아요. 15년 전쯤 가평에 유명산휴양림에서 보았던 산수국의 꽃무리가 그랬어요. 개울 언저리에 출렁이던 꽃물결이 추억의 뇌리에 남아 있어요.
산수국은 역할 분담이 분명한 꽃의 형태를 지녔어요. 바깥에는 크고 눈에 잘 띄는 헛꽃을 둘러놓았어요. 안쪽에는 암술과 수술을 지닌 좁쌀 같은 꽃이 빽빽하게 모여있어요. 바깥에서 헛꽃이 곤충을 유인하니 화려한 꽃잎을 만들 필요가 없겠지요. 그만큼 에너지를 아끼면서 많은 씨앗을 맺을 수 있겠네요.
헛꽃은 주로 푸른색인데 미색도 자주 보여요. 꽃이 질 때 헛꽃은 꽃잎이 뒤집어져 아래를 바라보아요. 더 이상 곤충의 눈길을 끌지 않으려는 의도겠지요. 헛꽃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동안 모아둔 사진첩을 확인해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을 거예요. 곤충이 자외선은 잘 보지만 적외선 잘 못 본다 그래요. 다시 말해 푸른색은 눈에 잘 띄지만, 붉은색은 그렇지 않은 거지요. 붉은색 헛꽃은 꽃이 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겠네요. 꽃색을 바꾸는 인동덩굴처럼 참으로 친절하지요? 이것은 곤충들의 수고로움을 덜어 꽃가루받이를 좀 더 많이 하려는 꽃의 지혜가 아닌가 싶어요.
요즈음 관광지나 정원에 수국을 심어 사람들의 눈길을 크게 끌고 있어요. 커다란 꽃송이들이 탐스러운 등불을 밝히지만, 사실은 모두 헛꽃들의 조합이라 하는군요. 눈길을 끌기 위해 만들어 낸 원예품종이 아름답기야 하겠지만 알맹이는 없어요. 이런 생각 때문에 야생의 여행자로 살아가나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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