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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그 역설적인 아름다움!
창과 방패 그 역설적인 아름다움!
남덕유산 덕유교육원에는 심어 논 잣나무가 많아요. 5월 아이들과 생태수업을 하다가 잣나무 새싹이 움트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새싹을 보여주기 전에 잣나무에 매달려 자라는 잣을 알려주고 작년 가을에 주워놓은 잣송이에서 잣을 꺼내 먹어보게 해요. 그러고는 잣나무 씨앗이 퍼져나가는 과정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지요.
가을에 잣이 매달리면 청설모가 잣을 따서 비늘껍질을 벗기고 다른 나무로 물고 올라가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것을 보았어요. 가평에 있는 유명산자연휴양림의 잣나무에서 잣송이를 따는 청설모들을 한 계절 동안 관찰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나무 위에서 청설모가 잣을 까먹는 동안 떨어뜨린 씨가 다음 해에 싹이 트겠지요. 청설모는 영양분이 가득한 잣을 먹고 토실토실한 후손을 키워나갈 수 있을 테고요. 잣나무의 입장에서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후손을 퍼뜨려 주니 공생 관계를 이루는 것이지요.
하지만 창과 방패의 입장에서 공진화 해온 이들은 오래전부터 특수한 관계를 맺어왔어요. 설치류의 이빨은 6천만년 전부터 견과류와 마주 보면서 진화해 왔다고 해요. 목숨을 건 공격과 방어의 결과물이겠지요. 저 세링게티 초원의 치타가 시속 120km를 달릴 수 있는 것도 영양과 함께 목숨을 건 달리기 연습을 해온 결과겠지요. 얼마나 오랜 기간의 연습이었는지 상상하기도 힘들어요. 우사인 볼트는 차라리 유아스러워요. 목숨을 거는 곳에는 불가능이 없나 보아요.
창과 방패는 두려움과 이끌림의 불꽃 튀는 숙명을 지녔어요. 어떻게 뚫을 것인가? / 어떻게 막을 것인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결국 공진화라는 생태그물을 출렁이게 했어요. 참으로 역설적인 아름다움이 아닌가요?
∙숲길에서 밀어 올리는 내 삶의 수레바퀴
야생의 여행자
010 5933 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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