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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면 알 수 있을까?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4-05-29 03: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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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숲길
마주 보면 알 수 있을까?
마주 보면 알 수 있을까?
해질녘 달콤한 꽃향기가 온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벌 한 마리가 이 꽃 저 꽃을 다니면서 꿀을 빨고 있네요. 하얀 바람개비를 돌리는 마삭줄의 꽃이예요. 자연스럽게 꽃에 다가섰어요. 마치 저 벌처럼요^^
마삭줄 꽃잎의 구조는 아주 특이하네요. 바람개비 꽃이 선풍기가 아니라 환풍기 구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펠러가 모두 뒤를 보고 있어 바람이 뒤로 빨려 나갈 것 같거든요.
꽃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아요. 가운데 작은 구멍이 있는데 그 속에 꽃술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구멍의 주변은 노란색 걸걸한 털로 가득합니다. 이것을 허니가이드라 하는데 생식무늬라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하필이면 벌이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마삭줄꽃이 유별난 무늬의 털과 색소로 벌을 유혹하는 거로군요.
마삭줄꽃은 벌의 개인적 취향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 서로 마주 보며 한 그물망에서 출렁이는 공진화 관계는 우리의 의식 저 너머에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먹고 먹히는 관계(설치류와 견과류)에서도 서로 이익을 주면서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넓은 의미에서는 사랑의 실천이라 할 수 있겠어요.
*숲길을 걸으며 우리를 이어본다
최재길(야생의 여행자)
jirip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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