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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문
경계의 문
세상에는 다양한 경계가 있다. 경계는 마주 보는 둘 사이에서 안과 밖을 구분 짓는다. 출입의 통제 그리고 나와 남의 갈등, 서로 다른 것이 만나는 경계의 문(門). 경계는 상생과 상충이 공존하는 절묘한 자리다.
수문장이 관리하는 성문은 출입을 통제하는 경계의 문이다. 세포의 수용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들러붙는 것도 경계의 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들어오지 말아야 할 것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커다란 문제가 생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경계의 문이 있다. 바로 입[口]이다. 입은 소통의 문이지만 재앙의 문이기도 하다. 음식을 잘못 받아들여도, 말을 잘못 내뱉어도 문제가 커진다. 구화지문(口禍之門).
그럼 한 개인으로서 ‘나의 경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군사적이고 생리의학적인 물음이 갑자기 철학적으로 옮겨온 듯하다. 사리 분별! 먼저 나와 남을 구별할 수 있어야겠지? 그리고 나서는 경계의 문을 다스릴 힘과 지혜가 있어야겠지! 이것은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바로미터이기도 하겠다. 이래놓고 나니 스스로 실천하기도 참 벅찬 일이로구나!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지?
또 다른 예를 한번 보자. 옛 마을에도 안팎을 구별 짓는 경계의 문이 있었으니.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 등 경계를 이루는 장소에 당산이나 돌무더기를 쌓아 외부의 잡스러운 기운을 정화했다. 이 경계의 문은 통과의례의 장소다. 이곳을 지날 때는 지신(地神)이나 수호령에게 통행을 알리는 의식을 치뤘다. 돌무더기에 돌을 하나 올려놓아 예를 올리는 것이다. 엘리아데에 따르면 문지방에는 외적의 침입뿐 아니라 악마나 페스트와 같은 질병을 막는 수호령이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문지방의 수호령에 예를 갖추는 것이나, 돌무더기에 돌을 올려놓는 행위나 이치는 같다. 옛 어른들이 문지방을 밟지 말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다. 서로 다른 경계를 넘나들 때 예(禮)를 다 하는 행위! 상대를 존중하고 나를 낮추는 공존의 마음가짐이다.
*이 글은 이코노뉴스 숲길칼럼에 연재한 내용입니다.
경계는 서로 다른 공존의 문! 예를 다 하는 상생의 생명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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