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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봄
사랑의 봄
봄은 무언가 바라보는 ‘봄[觀]’이기도 해. 부풀어 오르는 생명의 기운, 봄의 꽃들은 하루를 다투어 피어오르지. 그 변화의 속도가 어마어마해. 그러니 살펴보는 눈동자에 생기를 더하지. 눈을 크게 뜨고 마음에 돋보기를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꽃 피는 식물은 대략 1억 년 전에 탄생했대. 이 속씨식물은 꿀과 과육을 만들어 곤충을 먹여 살렸어. 곤충은 대신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공진화 관계라고 해. 일방적으로 자기 배만 불리던 포식자 공룡은 사라지고 말았잖아. 흑백의 단조로움이 물러간 자리에 화려한 컬러 시대가 온 거지. 세상은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변화의 물결로 출렁거렸어. 덕분에 새와 젖먹이 동물(포유류)가 나타났고 그 정점에 호모 사피엔스, 인류가 있는 거고. 이게 다 꽃 피는 식물 덕분이야. 지구별에 가이아 대혁명이 일어난 거지. 그리 보면 농업혁명, 산업혁명은 혁명도 아니야.
꽃 피는 식물 덕분에 지구는 ‘성의 별’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어! 오월 자동차 앞 유리에 뽀얗게 내려앉는 송홧가루를 그려 봐. 이게 전부 이성을 찾아 불나방처럼 쏟아지는 생명의 반쪽들이야. 이렇게 꽃가루받이하는 것을 풍매화라고 해! 이것은 오래된 수분(受粉) 방식인데 지금도 많이 쓰고 있어. 우리가 너무너무 잘 아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야. 아~ 우리가 쌀밥으로 먹는 벼도 빼놓을 수 없겠구나.
그럼 충매화를 한 번 볼까? 꽃이 곤충을 중매쟁이로 삼는 충매화는 훨씬 에로틱해. 암술머리는 끈적끈적한 액체로 가득하거든. 수꽃을 유혹하는 거지. 그렇지만, 아무나 막 받아들이는 건 아니야. 건강하고 충실한 다른 나무의 꽃가루만 받아들이지. 여자에게 성의 결정권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그뿐이 아니야. 중매쟁이를 부르는데, 실패하면 자가수정을 하기도 해. 가까이 다가가 노란 수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사정없이 들이붓는 거지. 우리 주변에 흔한 닭의장풀이 이런 경우라 할 수 있어. 자가수정은 사실 꽃가루받이 형편이 어려울 때 쓰는 안전장치라 할 수 있어. 씨는 맺어야 하니까.
봄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꽃향기를 한 번 느껴 봐! 사실 꽃향기는 인간을 위한 선물이 아니야. 신혼의 달콤함을 이어줄 중매쟁이를 부르는 수단이지. 그러니 너무 헛물은 켜지 말고. 꿀맛 나는 꽃향기는 주로 벌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 벌은 이 향기 분자를 아주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오거든. 호출 메신저 같은 거지.
‘사랑의 봄’이라는 이름표를 앞에 놓고, 두근두근 부풀어 오르는 사랑의 ‘봄’을 느껴 봐! 탱글탱글 살아있음에 감사할 거야.
*이 글은 이코노뉴스 숲길칼럼에 연재한 내용입니다.
꽃 피는 식물의 새로운 일탈, 두근두근 부풀어 오르는 사랑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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