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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새움은 부성이더라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5-03-19 1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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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엔 온갖 꽃눈이 부풀어 오르고 있어요. 쥐똥나무 연두 입술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요. 진달래 연지볼도 바알갛게 부풀었어요. 이런 와중에 질척거리던 비가 끝끝내 폭설로 변했어요. 칼바람이 쌩쌩~ 꽃 시새움이 매서워요. 막 부풀어 오르던 꽃눈이 화들짝 몸살을 앓겠어요.
앞산에 나갔더니 함박눈이 밤새 얼음꽃으로 피었어요. 솔잎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아래로 축축 늘어졌고요. 부드럽고 약한 물오리나무 줄기는 휜 채로 고개를 들지 못해요. 소사나무 촘촘한 잔가지엔 얼음의 요정이 찾아왔어요. 생명의 봄은 꽃 시새움의 그림자 위로 부풀어 오르나 보아요.
서로 다른 계절을 이어주는 간절기는 팽팽한 긴장과 혼돈으로 가득하군요. 사나운 봄바람은 뿌리를 튼튼히 하고 물을 빨아올리라는 부추김이라 하지요. 모진 시련을 이겨낸 생명만이 따스한 봄의 온기를 누릴 수 있는 거네요.
그러고 보니 꽃 시새움은 미련 섞인 동장군의 질투가 아니었어요. 혼돈의 ‘사이’를 뛰쳐나오라는 엄한 아비의 마음이었네요. 캄캄한 터널 끝에서 너의 세상을 펼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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