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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가 짝을 이루니
창과 방패가 짝을 이루니
귀하디 귀한 잣송이가 익어가는 계절이네요. 그런데 잣나무 열매는 상당히 독특한 것 같아요. 소나무류 중에서 잣나무 열매가 가장 크지요. 그런 만큼 씨앗도 크고 영양가도 높은 것이죠. 오랜 짝을 위한 보상이 넉넉하겠지요? 이런 소나무류는 또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짝이 되는 청설모는 요즘 무척이나 행복하겠네요. 덕유학생교육원에서 중학생 수업 중에 청설모가 잣나무에 오르는 것을 바라보았어요.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이들은 식물보다 움직이는 동물에 확실히 급관심을 보이네요. 청설모와 잣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어요.
15년 전쯤 가평의 유명산휴양림에서 청설모가 잣을 따서 까먹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어요. 손처럼 쓰는 앞발로 잣송이를 잡고 이빨로 비늘껍질을 순식간에 벗겨요. 덕지덕지 붙은 송진은 청설모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아요. 송알송알 틀어박힌 잣이 탐스럽게 드러났어요. 이제 방해받지 않는 장소의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냠냠 맛있게 먹으면 될 일이지요.
청설모 이빨은 어찌나 튼튼하고 정교한지 한 번 깨물면 순식간에 봉선을 따라 두 조각으로 갈라져요. 설치류의 이빨은 6천만 년 전부터 진화했다고 해요. 이때 설치류는 공룡 등쌀에 아직 숨어 살아야 하던 때이겠지요. 그러하니 설치류와 견과류의 인연은 무척이나 길겠지요. 견과류는 지방·단백질이 풍부해 포기할 수 없는 고열량 식량이니까요. 잣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청설모처럼요.
나무 위의 청설모가 빼먹다가 떨군 잣은 이듬해 봄에 싹이 틀 거예요. 실제로 덕유교육원 숲길 가에는 잣나무 새싹이 아주 많이 돋아나 있어요. 청설모와 잣나무는 먹고 먹히면서도 서로의 실리를 챙기는 공진화를 이루었군요. 나아가 모든 생명은 목숨을 건 진화의 대열에 서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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