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감각 - 시각
식물은 눈이 없으므로 고전적 의미의 시각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빛 또는 시자극을 감지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시각을 이런 식으로 정의한다면 식물은 분명히 시각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방법으로 훌륭하게 발달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은 빛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그 양과 질을 인식한다. 식물이 이와 같은 능력을 발달시킨 이유는 단 하나,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식물의 몸속에는 광수용체라고 하는 화학분자들이 있어서 광원의 방향과 빛의 품질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전달한다. 식물은 빛과 그늘을 구별할 뿐 아니라 파장을 측정하여 빛의 질을 평가한다. 광수용체들이 특정 파장의 빛(적색광, 근적외선, 청색광, 자외선 등)을 흡수하는데, 이 파장들은 식물의 발아 생장 개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기능들이 전신에 분포되어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을 잃더라도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광수용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광수용체는 주로 잎에 분포하지만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심지어 어린 줄기, 덩굴손, 새싹, 목질부에도 광수용체가 무수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식물 전체가 온통 작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셈이다. 놀라운 것은 뿌리에도 광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 뿌리에 존재하는 광수용체는 잎에 존재하는 광수용체와는 달리 빛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의 잎은 빛을 향해 자라고 앞면이 광원 쪽을 바라보는데, 이것을 양성굴광성이라고 한다. 반면에 뿌리는 잎과 정반대로 행동하며 이것을 음성굴광성이라고 한다.
한편, 어둠을 좋아하는 것은 뿌리뿐만이 아니다. 일 년 중에는 식물의 지상부도 어둠을 좋아하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가을이다. 가을에는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구는데, 이런 나무들을 낙엽수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광수용체가 잎에 집중되어 있다면 낙엽이 진 식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동물이 눈을 감는 것과 같이 식물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 스테파노 만쿠소 알레산드라 비올라 행성B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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