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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생명체에 관한 짧은 이야기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1-04-28 12:37:25     58

최초의 생명체에 관한 짧은 이야기

 

  1. 지구의 탄생부터 원시생명체가 나타나기까지

약 150억 년 전 우주의 대폭발이 있은 뒤 우주 공간의 먼지와 가스들이 점점 크게 뭉쳐 약 46억 년 전 현재의 지구와 달이 만들어졌다. 운석들이 비처럼 쏟아져 지구와 충돌하면서 휘발성 물질들이 유입되고 지구는 점점 더 커졌다. 운석의 충돌 에너지와 지구의 방사능 물질의 붕괴로 거대한 에너지가 방출되자 철. 니켈 같은 금속이 녹아 지구의 중심으로 가라앉고, 실리카,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금속은 지각을 이루었다. 곳곳에서 화산이 터지고 온천이 생겨났고, 여기서 질소, 수증기, 이산화탄소를 분출하여 원시대기를 조성하였다.
작은 행성과 운석의 충돌은 약 38억 년 전에 이르러서야 느려지게 되었다. 지표가 100도씨 정도로 식어지자 수증기가 액화하여 비가 되었고 비가 모여 현재와 거의 같은 부피의 바다를 이루었다. 그래서 현재 지구상에 물은 적어도 38억년 전 형성된 바로 그 물이다. 비와 함께 바다에는 용해도가 다른 여러 가지 무기물이 녹아 들어갔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C, H, O, N은 생명체에도 가장 많은 성분이고 바닷물에 녹지 않는 Fe, Al, Si는 생명체에 적을 뿐만 아니라 많으면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생긴 지 얼마 안 된 젊은 지구에는 방사능 물질이 많고 천둥과 번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또한 원시 대기는 태양에서 쏟아지는 고에너지 파장인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구에는 자외선이 대량 침투하였다. 이런 충만한 에너지로 인하여 물 속의 무기물이 유기물로 전환되고 농축되기 시작하였다. 비생물적으로 만들어진 당, 퓨린, 피리미딘, 인산염,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들이 모여 생명현상에 기본적인 자기복제를 사작한 과정은 아직 시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에 녹아 양전하를 띤 황철과 같은 무기물 표면에 음전하를 띤 유기물이 달라붙어 일정한 배열을 이루고 생명현상에 이르는 화학반응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이 현재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기복제가 시작되면서 적어도 42억~35억 년 전 어느 순간에 최초의 원시생명체가 나타났다. 이 원시 생명체로부터 원시 박테리아Bacteria가 진화하였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박테리아는 원시 박테리아의 후손으로서 아직도 대단히 번성하고 있다.

  1. 대절멸의 빈 자리엔 새로운 생명체가 싹트고

지구의 지질적 역사는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다고 여겨지는 25억 년 이전을 시생대, 생물이 확실히 존재했지만 화석이 적은 25억~5억7천만 년 전 사이를 원생대로 구분한다. 이 두 시기를 선캄브리아기로 부르기도 한다. 약 5억 7천만년 전부터 현재는 현생대이며, 이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세 시기로 나누어지고 각기 다시 여러 기로 구분된다. 고생대 캄브리아기로부터 현재 신생대 제 4기까지는 지구 역사의 겨우 12퍼센트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다세포 진핵생물의 진화가 본격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시기이다.
지질적 역사의 근거는 무엇일까? 적어도 42억~35억 년 전 시생대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나타났다면 그 생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물의 화석으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35억년 전 암석에서 발견된 여러 형태의 작은 박테리아이다. 그러나 그린랜드의 38억 6천만 년 전의 오래된 암석에서도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된 바 있어 생명의 기원 연대는 35억 년 전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4억~11억 년 만에 생명이 출현했다 해도 고생대 캄브리아기 이전의 지구에는 박테리아 같은 원핵생물과 기껏해야 조류같이 작은 진핵생물 밖에 없었던 것으로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러나 1940년대 말 오스트레일리아 남서부 에디아카라 언덕의 약 6억 년 전 암석에서는 해면, 말미잘, 절지동물을 닮거나 괴상하게 생긴 납작한 형태의 동물 모습이 찍힌 화석들이 쏟아졌다. 이 화석들은 고생대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에  이미 다세포동물들이 진화하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고생대 초기부터 무척추동물을 비롯하여 어류, 양서류 등의 척추동물이 폭발적으로 진화화였으나 식물은 중기 이후에야 비로소 나타났다. 중생대는 '공룡과 소철'의 시대'로 불리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신생대는 '포유류와 꽃피는 속씨식물'의 시대이다. 각 시기에 특징적인 생물상이 있다는 것은 시기마다 각기 다른 생물들이 살아왔다는 것을 말한다.
지질학적 시대에 따른 생물상의 변화는 당시 존재하던 종의 50퍼센트 이상이 짧은 시간 동안 급속히 사라지는 대절멸의 사건과 일치한다. 고생대 3번, 중생대 1번, 신생대 1번 등 총 5번의 대절멸로 지구상에 나타났던 많은 생물이 몰락하였다. 그러나 이런 생물의 대절멸로 인하여 새로운 서식지가 생기고 새로운 생물이 계속 나타날 수 있었다. 고생대 말기에 대부분의 홀씨식물이 사라지면서 중생대에 와서 열매 없이 씨앗을 만드는 겉씨식물이 번성하였고, 중생대 말기에 공룡이 절멸했기 때문에 신생대 들어 인간을 비롯한 젖먹이동물이 번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1만 1천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신생대 제4기의 2번째 시기인 현세에 살고 있으며, 현재 지구 역사상 일어났던 그 어느 때의 절멸보다도 빠른 속도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현재를 여섯 번째의 대절멸 시기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절멸의 원인은 과거의 경우와 크게 다르다. 과거 5번의 대절멸은 주로 빙하기, 운석의 충돌, 지각의 변동 때문에 발생하였지만 현재의 대절멸은 기본적으로 생물 종의 하나인 인간의 활동이 극심해지면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태어나서 자리를 잡고 살다가 다른 순간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지구가 만들어진 이래 모든 생물에서 반복되어 온 일이다. 평균적으로 100만년 마다 20~25퍼센트의 생물종이 교체되었다고 한다. 이번 대절멸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생물종이 교체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종이 사라지고 어떤 종이 새로 나타나서 위세를 떨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1.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박테리아로부터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초의 생명체는 이론적으로는 스스로 먹이를 생산하는 자가영양 생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원시바다는 '따뜻한 수프'라고 불릴 정도로 햇빛에 의해 형성된 유기물이 풍부했기 때문에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의 생명은 이 유기물을 먹이로 하여 에너지를 얻는 타가영양 박테리아였을 것이다. 다른 생물이 전혀 없던 지구상에서 원시적 타가양양 박테리아는 이미 태양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져 있던 유기물들을 먹으면서 빠르게 번성하였다. 그러다 유기물의 양이 점점 줄자 박테리아 간에는 먹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원시지구에 쏟아지던 강한 자외선은 박테리아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켜서 돌연변이 박테리아가 탄생되었고, 그 중에는 스스로 먹이를 만들 수 있는 자가영양 박테리아도 나타났다. 먹이가 고갈되어 가던 환경이었기 때문에 대기 중의 풍부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가영양 박테리아는 일단 나타난 뒤 급속하게 중가하였다. 특히 빛 에너지를 받아들여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광합성 박테리아의 일부는 엽록체로 진화하여 훗날 식물이 출현 할 수 있는 기반을 이루었다.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지방의 암석에서 발견된 화석의 증거에 따르면 최초의 생명이 나타난 이래 곧 약 34억 6천만 년 전 광합성 작용을 하는 박테리아가 생겨났다. 지구의 역사를 하루 24시간으로 보았을 때 새벽 5시 44분경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났고 약 13분이 지난 새벽 5시 57분 경에 광합성 박테리아가 생긴 것이다. 세포 안에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여 일련의 복잡한 광화학 반응을 거쳐야 하는 광합성 생물이 이렇게 일찍 나타났다는 것은 생물의 진화가 매우 일찍,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최초의 광합성 박테리아는 엽록소에서 흡수한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황화수소에서 뽑아낸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유기물로 전환하는 황박테리아였다. 그러다 원시바다 속 황화수소의 양이 줄면서 황화수소 대신 무궁무진한 물 분자를 쪼개서 발생한 수소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환원시킬 수 있는 사이아노박테리아, 초록박테리아 같은 광합성 박테리아가 나타나 번성하게 되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자가영양 박테리아는 대기의 질소를 유기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이다. 광합성 박테리아와 질소 고정 박테리아의 출현은 스스로 먹이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고갈될 염려가 없는 이산화탄소와 질소를 이용하여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만들어내면서 예전과 달리 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유기물에 의존하는 생물권이 형성되기 사작하였고, 오늘날의 복잡한 생태계도 역시 이들 자가영양 생물이 만드는 유기물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가장 최초로 진화하여 아직도 존재하는 생물이면서 생명현상에 가장 중요한 광합성 회로, 질소고정회로, 크렙스회로 등을 진화시킨 생물이 바로 박테리아이다. 아직도 이들의 후손이 지구상에 건재하고 있고, 이들이 있어 생명현상에 기본적인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박테리아는 대단한 역사와 능력을 가진 생물로 대접 받아야 할 것이다.

 

  1. 다세포 진핵생물의 탄생

광합성은 모든 타가 영양생물을 먹여 살리는 기본적인 먹이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산물로 산소를 발생시켜서 지구의 환경을 크게 바꾸었다. 산소는 강력한 산화제이기 때문에 광합성이 시작된 초기에 발생한 산소는 바다 속의 무기물을 산화시켰다. 바다 속 환원 상태의 철과 같은 무기물이 산화되고나자 약 20억 년 전부터는 산소가 대기 둥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바다에서 그러했듯이 대기와 지표의 물질을 산화시킨 후부터 대기 중에는 서서히 산소가 축적되었다. 고생대 실루리아가에 이르러서는 현재처럼 산소가 대기의 20퍼센트에 이르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지난 2억 5천만 년 동안 이 양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성층권까지 확산된 산소 분자는 자외선과 반응하여 두꺼운 오존층을 형성 하게 되었다. 고에너지 파장인 자외선이 성층권 산소분자를 분리시켜 오존을 만들고 오존이 다시 자외선에 의해 산소 분자로 회복되는 과정을 통해 지표에 이르는 자외선은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생명의 핵심물질인 DNA, RNA 그리고 단백질을 변형시키는 자외선을 피해 물 속에 살던 생물들이 이제 비로소 뭍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원시 대기에는 빛을 흡수하여 기온을 상승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지금보다 많아 고생대 데본기만 해도 현재보다 12배나 많을 정도였다. 광합성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줄게 되고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효과가 약해지게 되었다.
온실효과가 약해지면 기온이 낮아져서 지구는 추워진다. 그러나 이동안 태양은 점점 뜨거워졌기 때문에 지질학적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구의 환경이 생물의 생존과 서식지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생물도 대사활동, 특히 광합성 작용을 통해 지구를 살만한 곳으로 바꿔온 것이다. 그래서 가이아 이론은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있다.
산화력이 강한 산소가 대기 중에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무산소 상태에서 살아오던 당시의 박테리아는 새로운 진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산소라는 유독한 가스를 견디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절멸할 수 밖에 없었고 일부는 산소가 없는 곳을 찾아 숨었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산소 증가를 오히려 기회로 이용하였다. 산소를 받아들여 먹이를 산화시키고 에너지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 박테리아가 바로 크렙스회로, 전자전달계와 같은 대사경로를 갖추어 산소로 호흡하는 유기호흡박테리아이다.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가 얼어나면 당 한 분자에서 2ATP가 발생하지만 유기호흡을 하면 무려 36ATP를 발생하기 때문에 점차 에너지 효율이 높은 유기호흡 박테리아가 증가하게 되었다. 적어도 35억년 전 최초의 박테리아가 나타난 뒤 약 20억 년 간 생물이라고는 박테리아 밖에 없었다. 이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번식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서로 잡아먹는 포식과 기생관계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치열한 박테리아 간의 생존경쟁의 결과 약 15억년 전에는 -하루 시간표로 보면 오후 4시경- 진핵세포가 이미 진화하였다. 진핵세포는 생명활동의 중추인 핵이 있을 뿐만아니라 다양한 세포 내 소기관들이 있어 기능의 분화를 이루고 있고 유기호흡으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부피상 1만배나 크기 때문에 생명 유지에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진핵생물은 광합성 박테리아가 나타나 산소를 발생하기 시작한지 약 20억년이나 지나서 대기 중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작한 시점에 진화하였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발효에 의해 에너지를 얻던 원시적 생명체는 큰 크기를 이룰 수 없었다. 산소가 쌓이고 이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대사 작용이 진화하면서 보다 큰 몸을 가진 다세포 진핵생물의 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1. 식물은 언제,어떤 생물에서 기원하였을까?

광합성 작용은 빛을 흡수하는 색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엽록소a , 엽록소b , 카로티노이드, 크산토필, 등 다양한 색소가 빛을 흡수하지만 이 중 실제 빛을 받아 광합성 과정을 시작하는 색소는 엽록소a이고 나머지 색소는 모두 광을 모아주는 보조색소이다. 광합성박테리아는 엽록소를 가지고 있다. 광합성 원생생물인 붉은말, 갈색말, 녹색말과 같은 조류는 엽록소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지만 보조색소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붉거나 갈색이거나 녹색인 조류로 구분된다. 식물은 엽록소a와 b를 가본으로 가지고 있다. 모든 광합성 생물이 엽록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세포 원핵생물에서 다세포 진핵생물에 이르는 광합성 생물이 계통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광합성을 하는 진핵생물은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원핵생물의 공생에서 비롯된 것이고, 물 속에 살며 광합성을 하는 조류가 식물의 조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붉은말, 갈색말, 녹색말은 광합성 색소의 종류, 광합성의 산물, 세포분열 방법, 생활사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들 조류가 동일한 조상에서 기원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붉은말, 갈색말, 녹색말 중 어떤 조류가 식물의 조상일까?
광합성처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대사작용은 대단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계통적으로 관련된 생물은 기본적인 대사작용과 도구를 공유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식물과 광합성 색소가 동일한 조류가 아마도 식물의 조상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 조류 중에서 녹색말인 녹조류는 식물처럼 광합성 색소로서 엽록소a와 b를 가지고 있고 광합성 산물로 녹말을 만들며,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진 세포벽을 가질 뿐만 아니라 세포분열의 양상도 동일하다.
또한 녹조류는 바다에 사는 갈조류, 홍조류와는 달리 거의 민물에 산다. 그중에서도 얕은 물에 살던 녹조류가 뭍으로 올라와 식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래서 건조한 철에는 종종 말라버릴 정도로 얕은 물 속에 사는 카라chara와 비슷한 녹조류가 식물의 조상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최초의 관속식물 화석인 쿡소니아cooksonia는 영국 웨일즈 지방의 4억 2천 500만 년 전 고생대 실루리아기 암석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부분적인 식물화석의 증거에 따르면 홀씨를 생산하는 최초의 식물은 이보다 빨리, 적어도 4억 7천 50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출현하였다. 최초의 생명은 적어도 35억 년 전 물 속에서 나타나 약 6억 년 전에는 비교적 큰 몸을 가진 다세포 동물이 얕은 바다에서 살았다. 빛과 산소, 이산화탄소가 충만한 육상으로 식물이 진출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육상으로 진출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자외선과 물이었다. 산소 발생은 약 34억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20억년 전까지 대기 중의 산소는 현재의 약 1퍼센트에 불과했다. 고생대 실루리아기에 이르렀을 즈음에야 대기 중 산소가 현재만큼 증가하고 상당한 수준의 오존층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오존층에서 자외선을 차단해도 육지는 바위와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물 속에 비해 너무나 건조하고 황량한 곳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온도의 변화, 비와 눈에 의해 바위가 부서지고 균류와 조류에서 분비되는 유기산이 바위를 녹여 서서히 흙이 만들어지고 칼슘, 마그네슘, 칼륨 같은 무기질과 질소화합물이 방출되었다.
물은 어떻게 흡수하였을까? 쿡소니아의 뿌리에 해당되는 부분에는 이미 곰팡이류의 균류가 붙어 있었다. 몸이 흰 실모양으로 이루어져 표면적이 넓은 균류가 뿌리를 감싸고 무기물과 물을 흡수하여 식물체에 공급하였기 때문에 식물은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현대에도 90퍼센트 이상의 식물의 뿌리가 균류에 감염 되어 있고 식물과 균류는 서로 생존을 도와주고 있다. 즉, 균류는 물과 무기물을 흡수하여 식물체에 전달 하고 식물체는 광합성 산물의 일부를 균류에게 제공한다.
식물과 균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이 죽어 썩어지면 흙으로 돌아간다. 약 3억 6천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 이후 식물과 흙은 같이 진화하여 현재 나무들은 땅 속으로 평균 7미터까지 뿌리를 박고 있을 정도가 되었다. 흙이 깊어지면서 식물의 광합성 작용은 더욱 왕성해졌고, 사막처럼 황량하던 육상은 풀과 나무가 많은 초록 땅으로 변해갔다.

 

  1. 식물은 어떻게 육상에 적응해 갔을까?

균류와 공생함으로써 식물이 수분과 무기물 흡수에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육상은 여전히 너무나 건조한 환경이었고 자외선도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일단 물가의 축축한 뭍에 진출한 식물은 아주 초기에 이런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화학물질을 만들어 냈다. 온 몸의 표면을 양초와 같은 큐티클 층으로 덮어 수분 손실을 줄이고 자외선을 차단하였으며, 수베린으로 흙 속을 뻗어나가는 뿌리와 상처조직을 보호하였다. 육상식물의 진화에 중요한 계기를 이룬 물질인 리그닌도 합성되었다. 리그닌은 세가지 페놀 계통의 단량체가 모인 중합체로서 원래는 식물체에 침입하는 박테리아와 균류를 막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워낙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동물이 탄산칼슘으로 뼈대를 이룬 것처럼 점차적으로 리그닌이 식물의 뼈대를 이루어 식물체를 지탱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즉 세포벽에 리그닌이 침착되어 식물체가 단단해지면서 키도 커지고 광합성이 일어나는 잎을 많이 매단 가지를 지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그닌은 소수성이므로 수분 손실도 방지하였다. 물 속에 사는 조류도 폐놀계통의 화합물로, 어느 정도 자외선을 차단하기는 하지만 육상식물 특히 고등한 관속식물일수록 더 크고 복잡한 플라보노이드 같은 폐놀 화합물을 만들어 자외선을 더욱 잘 막게 되었다. 큐티클, 수베린, 리그닌, 플라보노이드가 없는 갈색말, 붉은말, 녹색말이 아직도 물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 물질의 합성이 식물의 육상진출에 결정적이었음을 말해준다.
물에서 뭍으로 막 올라온 초기의 식물은 바위 위를 길 정도로 키가 작았다. 식물이 점차 많아지면서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게 되고 서로 그늘을 만들게 되었다. 이럴때 나타난 키큰 식물은 다른 식물에 비해 빛을 많이 받고 홀씨를 높이 매달아 멀리 퍼뜨림으로써 비어 있는 서식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키큰 식물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뿌리, 줄기, 잎의 구별이 없이 키가 커지자 몸을 똑바로 세우는 것이 어려워졌다. 점차 몸의 밑부분은 땅 속으로 들어가 닺처럼 작용하여 몸을 지탱하고 흙속에 있는 물과 무기물을 흡수하게 되었다. 땅 위로 나와 곧게 세운 부분은 줄기를 이루었으며, 줄기 끝은 더욱더 분화되어 작은 가지가 되고 드디어는 작은 가지가 모여 엽록체가 많이 담긴 조직인 잎을 이루게 되었다. 이제 물의 흡수, 몸의 지탱, 광합성을 각기 몸의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는 보다 효율적인 식물이 나타난 것이다.

 

  1. 식물의 생명활동은 지구를 더욱 푸르게 해!

식물에서 생명의 기능이 전문화되는 것은 새로운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다. 몸이 작았을 때에는 물질의 농도 차이에 의한 확산만으로도 온몸에 물과 양분이 전달될 수 있었지만 몸이 커지고 전문화 되면서 확산만으로도 높이 달린 잎까지 물이 올라가기도 어렵고 광합성 산물이 뿌리로 내려가는 것도 충분치 않았다. 그러나 물이 이동하는 물관부와 광합성 양분이 이동하는 사관부가 모인 관다발을 갖추어 이런 문제를 해결한 유관속식물이 나타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뿌리에서 잎까지, 잎에서 뿌리까지 물과 광합성 양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가느다랗고 긴 세포가 연결된 관이 생겨난 것이다.
물의 수송이 원활해지면서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도 이에 맞추어 제공되어야 했다. 큐티클 층으로 덮인 표피세포의 곳곳에 공기구멍인 기공을 형성하여 필요에 따라 기공을 열고 닫아 이산화탄소를 공급하였다. 기공이 열리면 이산화탄소가 확산되어 잎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때 수분이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수분을 잃는 것은 건조한 육상에 거주하는 식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절묘하게도 수분이 잎 밖으로 방출되는 증산작용이 일어나면서 뿌리에서 잎까지 물기둥이 빨려 올라오게 되었다. 기공을 통해 수분이 방출되는 증산작용이 없다면 키가 큰 식물의 경우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물기둥이 이동하여 온 몸으로 물이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식물의 생명활동에 의해 육상은 점차 살기 좋은 환경이 되어 갔고, 실루리아기에는 무척추동물이, 데본기 후기에는 척추동물이 육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다족류 같은 무척추동물과 날개 달린 곤충들도 육상에 나타났고 식물의 연한 잎과 어린 줄기는 이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었다. 도피의 수단이 없는 식물이라고 그저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식물은 포식자의 왕성한 식욕을 저지하거나 또는 포식자를 죽이기 위해 쓰거나 아린 맛을 갖는 화학물질과 강한 독을 만들어 품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속새나 양치류도 이런 화학물질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식물은 오래전부터 동물에게 먹히는 것에 대해 화학적 방어를 시작한 것이다. 생명을 영속시키기 위해서는 후손을 만들어 퍼뜨려야 한다. 싹을 틔워서 새로운 반수체 개체를 형성할 수 있는 생식세포인 홀씨를 단단한 껍질과 가시나 털로 싸서 건조한 환경에 대처하게 되었다. 식물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는 포식자만이 아니었다. 점차 식물이 많아지면서 서로 그늘을 만들게 되자 빛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식물은 몸을 키워 빛을 많이 받고 후손을 멀리 퍼뜨려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 다세포이고 염색체가 많은 이배체 세대가 반수체 세대보다 크고, 후손을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식물의 생활사는 반수체가 독점적인 생활사에서 이배체가 독점적인 생활사로 전환되었다.  
[꽃의제국] (강혜순) 다른세상 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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