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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권력 있다
작성자 : 관리자(admin)   0         2026-07-11 03:02:02     15

권력의 이동, 대중의 욕망을 보여주는 거울

 

권력이란 무엇인가. 세상을 다스리는 힘이자, 재산을 모으는 수단이며, 결정적으로 무리가 나를 바라보게 하는 시선의 독점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권력은 단 한 순간도 고여 있던 적이 없다. 사람들의 눈길이 이동하고 돈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권력의 중심추 역시 그 발자취를 함께 그려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권력의 지도가 교묘하고 격렬하게 뒤흔들리는 시점에 서 있다.

돌이켜보면 고대사회에서 권력은 인간의 무력함과 하늘의 신비 사이에 존재했다.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무력했던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읽어내고 제사를 지내는 제사장과 집단을 이끄는 부족장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시절 권력은 곧 신의 뜻이었으므로, 제사장의 말 한마디는 곧 인간 세상의 거역할 수 없는 법과 질서가 되었다.

중세 사회로 접어들면서 권력은 신성한 의식에서 견고한 핏줄과 땅(건축물)으로 이동했다. 왕과 귀족, 영주, 그리고 양반이라는 신분 구조가 짜였으며, 서구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사람들의 영혼을 지배하며 세상의 권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이 지배 계급을 강제로 바라보아야만 했고, 권력은 곧 피와 땅의 형태로 자식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며 견고한 성벽을 쌓았다. 시선은 억지로 강요되었고, 엎드려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근현대에 이르러 권력의 문법은 다시 한번 격변했다. 낡은 신분제가 무너진 자리에 거대한 자본을 쥔 대기업가들이 새로운 지배자로 떠올랐다. 공장이 들어서고 도시가 커지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다. 총칼을 쥔 정치세력과 군부독재가 등장해 공포심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동시에 나라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그늘에서는 폭력으로 이권을 빼앗는 조직 폭력배들이 또 다른 형태의 힘을 휘두르기도 했다. 세상을 다스리는 힘이 신성함과 핏줄에서, 날것의 물리적인 힘과 돈으로 완벽하게 옮겨간 시대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권력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여전히 제도의 힘을 가진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그리고 경제의 핏줄을 쥐고 있는 대기업가는 힘이 세 보인다. 여기에 현대 자본주의의 맨 꼭대기에서 돈(주식)과 부동산을 독차지한 금융 자본가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현대 권력의 핵심은 의사나 법조인처럼 고도의 지식을 독점한 전문직 집단이다. 이들은 은밀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자리를 단단하게 지켜내고 있다. 토지나 건물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은 이제 눈에 너무 잘 띄고 투박한 옛날 방식이다. 오늘날의 전문직 계급은 막강한 돈의 힘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짜인 교육을 활용한다. 자녀들에게 특수 교육을 통한 지식과 핵심 정보, 그리고 끼리끼리 어울리는 인맥을 통해 신분을 대물림한다. 보이지 않는 성곽 속에 쌓아놓은 이 무형의 자산이 대물림되는 순간, 권력의 벽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다.

그러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권력의 가장 눈부신 변화는 뭘까? 그 답은 바로 대중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있다. 과거의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향해 나를 보라고 강제로 고개 돌리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이 스스로 시선을 던지는 곳에 권력이 있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과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통해 대중과 직접 만나는 유튜버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이제는 자발적인 시선이 곧 권력인 시대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정치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거나 대기업가의 훈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 화면 속 유튜버의 말 한마디에 지갑을 열고, 연예인의 몸짓 하나에 여론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의 시선이 곧 돈이 되고, 그 돈이 다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는 묘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권력의 이동은 대중의 욕망이 어디로 향하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하늘에서 핏줄로, 총칼과 자본으로, 지식과 정보의 대물림으로, 마침내 개개인의 쪼개진 시선으로 흐른 권력의 역사는 인류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지도가 된다. 오늘 당신의 시선은 어디 머물고 있는가. 당신이 던지는 그 눈길 하나가, 바로 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키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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