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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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든 상림의 숲길을 거닐며
7월 초 올 들어 늦은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온통 젖은 숲에는 가는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습니다.
위천과 대봉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는 천년교 위에 섰습니다. 산은 흰구름을 두르고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보 공사 때 사라진 줄 알았던 마름이 빗물을 타고 군데 군데 보드라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데크 위에 앉았다 포로록 날아가는 딱새 한 마리를 봅니다. 귀한 새도 아니건만 꽤 오랜만입니다.
왕원추리가 빗속에서 밝은 얼굴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꽃잎에는 곤충 하나 붙어서 곤히도 쉬고 있습니다.
자연의 생명들에게 장마철의 질척거리는 무게가 느껴집니다.
숲길을 걷다가 높은 음의 작은 소리가 삑삑거려 귀를 기울이고 다가가 보니 청딱따구리 두 마리가 나무 둥치의 낮은 곳에 엉거주춤하게 앉아 있습니다.
비를 맞으며 불편하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배가 고픈가 싶기도 한데, 아마도 올해 태어난 새끼들이 아닌가 싶으네요.
얼마 전에도 역사인물공원 곁 아카시나무를 타며 개미를 잡아먹는 새끼 청딱따구리를 보았거든요.
숲의 높은 곳에서부터 이파리에 떨어져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걷는 중앙숲길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숲 건너 편에서는 검은등뻐꾸기가 얄궂은 연상의 소리를 연이어 뱉어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뻐꾸기 소리도 들려옵니다.
늘상 들어오던 멧비둘기의 둔탁한 저음도 빠지지 않습니다.
장마를 따라 뻐꾸기들이 존재를 드러내고 있군요. 비가 내리는 장마철은 저녁무렵이지만 이런 저런 새들의 소리는 오히려 많이 들려옵니다.
주파수가 일정하면서도 고정된 패턴이 없어 편안한 소리들입니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사르르 풀리면서 기분전환이 됩니다.
눈길로 마주하는 숲길의 퉁퉁 불어 큼큼한 나무둥치도 물방울을 떨쳐 내기에 바쁜 잎사귀도 마음에 담깁니다.
북쪽의 호젓한 숲길은 이런 날 보기에 더욱 운치가 있습니다.
너무 작아서 앙증맞은 하얀 꽃 가는장구채가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따금씩 산책하는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길가의 거대한 졸참나무 한 그루가 어마어마한 우산처럼 느껴지고 있습니다.
장마에 든 숲은 무채색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컴컴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의 꿈틀거림과 인내하는 휴식이 켜켜이 포개져 있습니다.
또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버섯들은 제 철을 맞은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2021. 7. 5.
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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